<머리말>
이 책은 독자와 저자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작성했다. 깊은 역사를 지닌 한국의 사회 문화는 수많은 사람과 현상이 얽혀 있다. 거미줄처럼 엮어진 이 주제를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맞추려고 시도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어릴 적부터 한국 정치와 경제 분야는 많이 배워왔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사회와 문화에 관한 내용은 배운 적이 별로 없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정치 경제는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고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고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 문화는 누군가 가르쳐준 것 같으면서도 막상 무엇을 배웠는지 표현하기 어렵다. 내가 사는 곳이 한국 사회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서 그것을 따로 배우기도 이상하고 가르치기도 어색하다.
둘째, 현재 청소년과 청장년층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재 생활이 매우 바쁘고 복잡하기 때문에 불과 10년 전, 20년 전 한국 사회 문화를 이해하거나 고민할 일이 별로 없다. ‘지금 살기도 바쁜데 굳이 옛날 사회 문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나?’,‘우리나라가 저런 시절이 있었어?’, ‘내가 어릴 적에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네.’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이런 의문은 당연하다. 굳이 이해하려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내가 5살짜리 어린이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각계각층의 사람과 폭넓게 대화하다가 여러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당연히 이 정도는 알겠지!’라고 신나게 말하는데 상대방은 ‘저 사람은 무슨 있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하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본 적이 적지 않았다. 반대로 어르신들에게 ‘요새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이거는 아시겠지?’라고 열변을 토하는데 상대방은 ‘그게 뭐야?’, ‘이해가 안 돼’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서, 세대 차이가 과거보다 더 벌어지고 있었다. 만약 이런 차이가 지속된다면 서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화젯거리)’가 희미해지면 그만큼 대화는 단절되고 의미를 공유할 수 없다. 세대 간 단절은 고립을 불러오고
개인 간 단절로 이어진다. ‘우리끼리 놀자’, ‘저 사람하고 답답해서 대화가 안 돼’라고 말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별로 이로울 것이 없다.
넷째, 대학에서 7년 동안 다양한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사적(私的,private) 대화를 끊임없이 하다 보니 ‘불과 10년 전 한국 사회 문화’를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일처럼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물며 내가 70년대, 80년대 사례나 사건을 말해주면 ‘뭐지?’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소설에 나온 거 아니에요?’,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에요.’,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것 같은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학생들의 이런 반응이 10년 전 한국 사회, 20년 전 한국 문화를
잘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한국 사회 문화는 변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청년층을 서서히 벗어나서 장년층으로 진입하는 나에게 한국 사회 문화를 청년 시각에서 글을 적고 싶었다. 1983년에 태어난 나는 영광스러운 ‘88 서울올림픽’,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외환위기 시절 IMF(국제통화기금)’, 온 국민이 하나였던 ‘2002 한일 월드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30대 초반까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병을 피하려고 일찍 결혼한 할아버지, 6·25 전쟁은 비참한 것이라고 늘 말씀하신 할머니, 60-80년대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흐름에서 살아왔던 아빠와 엄마의 말을 매일 듣다보니 한번쯤 한국 사회 문화를 생각하고 정리할 시점이라고 여겼다. 이밖에도 알고 지내는 어르신과 중년층으로부터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를 더 젊고 어린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경험이 풍부한 장년층 이상의 분들이라면 ‘대한뉴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별이 빛나는 밤에’, ‘가요 톱10’ 등을 떠올리면서 아련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이 글은 저자 혼자만이 아니라 “의미를 나누
는”, “함께 하는” 책이다.
책의 구성은 한국 사회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분야를 12가지로 정했다. 한 가지를 깊게 적기보다 여러 분야를 넓게 적었다. 개인 차원으로 언어, 옷, 술, 돈으로 골랐고 집단 차원에서 결혼과 장례,가족, 주거, 직장을 뽑았다.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대중, 교육, 종교를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마음은 한국인의 감정을 가리킨다. 각 영역은 사실과 의견이 섞여있기도 하며 상상력을 동원해서 읽을 부분도 있다. 드라마, 영화, 소설,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 등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내용을 검색하거나 동영상을 본다면 더 생생하게 한국 사회 문화를 알 수 있다. 각 영역의 마지막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저자의 생각과 물음을 보충 설명처럼 적었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단순한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도 있지만 누군가와 소통할 때 더 경청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실용적 목적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쓰는데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신 은사님이자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류지성 교수님, 오래 전부터 글쓰기에 많은 조언을 해주신 윤영돈 박사님,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신 GD Company 노길용 대표님, 청소년 교육과 상담에 관한 솔직하고도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휴멘토리 조유경 대표님, 탁월한 사교성으로 많은 실적을 올린 AIA생명 Sales manager 김일권 님,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코칭전문가 류홍례 선생님, 대학 후배이자 현재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청소년과 교과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신 엄혜용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책을 발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 편집 담당 정정훈 팀장님, 영업 담당 주형준 팀장님에게 진심으로 고마울뿐입니다.
2018. 입춘
서대문 안산이 보이는 낡은 집
삼공 씀
<차례>
1. 언어문화
시대를 뛰어넘은 한국어
영원히 같이 있을 한자와 한글
강제로 정착한 일본어
우리말 살리기와 영어 섞어 쓰기
표준어의 친구, 사투리
“개”의 다양한 쓰임새
인터넷 언어의 시작, 모뎀과 광통신
특이한 북한의 문화어
만담과 아무 말 대잔치
2. 의복문화
신분, 개성, 계절이 혼합된 옷
재료가 중요한 한복
첫 화장은 연지곤지
꾸미고 싶은 마음, 장신구
한국인의 정서와 시각을 담은 탈
강제 단발령, 양복의 유입
미니스커트와 장발 단속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복고풍
불편한 라이벌, 명품과 짝퉁
교복에 이어서 과잠으로
따로 똑같은, 옷과 스타일
3. 음주문화
기-승-전-술
탁주와 소주, 주모에서 이모로
금주령, 마시지 말라고 해도 마셔요
세금 약탈과 한국 술의 위기
보릿고개와 술의 대량생산
수입주, 국내 위스키 제조, 자도소주
술의 춘추전국시대
독주와 약술
술의 친구, 커피와 담배
4. 돈
생각과 감정을 움직이는 마법, 돈
상거래와 세금 수탈
와이로와 뇌물수수
모아서 잘 살 수 있어
근검절약과 투자증식의 미묘한 관계
혜성같이 나타난 오렌지족과 야타족
금수저와 흙수저 사이
포인트, 마일리지, 가상화폐
5. 결혼장례 문화
통과의례, 민증과 띠
마을 공동체에서 식장으로
상부상조하는 축의금과 부의금
가장 큰 밀고 당기기, 혼수와 예단
잔칫상이 예식장으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상여에서 자동차로, 피할 수 없는 장례
작은 결혼식과 무연고 묘지
기일을 지키는 제사와 민족대이동 명절 차례
영혼결혼식과 합동위령제
6. 가족문화
혈연과 숙명
족내혼, 집성촌, 이웃사촌
시댁에서 시월드로, 고부 갈등
내리사랑의 결정체, 조부모와 손자녀
독신과 이혼
우량아 선발대회와 산아제한정책
답이 없는 저출산 고령화
7. 주거문화
머물렀던 사람과 사계절
치열하게 고민한 토지세
유상몰수 유상분배, 집문서와 땅문서
계약의 완성, 인감과 서명
위치가 중요한 투기와 그린벨트
자녀 뒷바라지의 시작, 청약통장
신도시와 재개발의 주인공, 아파트
땅부자에서 건물주로
8. 직장문화
직장과 네트워크
출근 안 하고 칼퇴 했으면
쉬는 날이 얼마야? 달콤한 휴일
피할 수 없는 회식과 앞에서 못하는 뒷담화
독립해서 사장님으로 홀로서기
직장의 축, 임금과 복리후생
멀리 오래 쉬고 싶어요, 여행
어려운 취업, 불안한 이직과 전직
한 글자 차이, 은퇴와 명퇴
9. 대중문화
누구나 즐기는 대중문화
궁중예악과 전(傳)
지지직거리는 축음기와 흥이 넘치는 생음악
듣고 보는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관
정지되었지만 관심 많았던 금지곡과 금서
비디오 보다가 게임하고 노래방 가고
권투에서 프로리그로, 체육의 세계 진출
12개월 축제와 먹거리장터
10. 교육문화
공부해야 출세한다
가고 싶은 서당과 가야하는 국민학교
비평준화와 평준화, 인문계와 실업계
본고사, 학력고사, 수능, 수시
절대 안정 고3, 재수에서 장수로
배움만 30년, 어린이집부터 대학원까지
정규군인 공교육과 게릴라인 사교육
공무원 시험과 토익
11. 다종교문화
안 싸우는 다종교 국가
이어져 내려온 무속신앙
불교와 유교의 공존
천주교와 기독교의 전래, 사찰령과 탄압
적당한 거리 유지, 정부와 종교
기복과 대형화
12. 한국인의 마음
1미리 미리, 빨리 빨리
한(恨)
복(福)
무(無)
정(情)
귀찮음
죽겠어
홀가분하다
정리하며
<저자소개>
김영재(金英材, KIM YOUNGJAE)
삼공(三公) 김영재는 1983년 서울 서대문에서 태어나 금화초등학교, 인창중고등학교, 단국대학교에서
행정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현재 모교 행정학과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헌법기관 민주평화
통일자문회의 서울 서대문구협의회 자문위원을 비롯해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서울특별시청과 서대문
구청에서 다양한 시민참여 활동과 자문을 맡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한국행정사(行政史)학
회 간사, 한국정책개발학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청년실업과 취업, 행정의 역사, 정부에 관한 철학과
윤리, 정부에 관한 정보 수집 등에 호기심이 많다. 단국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교,
평택대학교, 국제대학교, 국립 한국복지대학교, 강동대학교, 상지영서대학교, 배재대학교, 국립 창원
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같이 했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과천외국어고등학교와 제주외국
어고등학교에서 잠시 특강을 했었는데 앞으로도 꽃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koreafmkyj (트위터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