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의 출현, 4차 산업의 장밋빛 미래 뒤에 확대되는 인간 노동의 소외, 플랫폼 경제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자본의 집중, 급변하는 세계 질서와 신냉전체제의 도래,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서 있는 동아시아 정세….
그 와중에 들려오는 여러 가지 소식도 우리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기후 위기와 각종 자연재해, 그리고 사회적 재난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위험사회’의 재난은 더욱 대형화, 복합화 되고 있고, 그나마 정확한 예측이 아예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파편으로 흩어진 각 개인이 혼자서 이 모든 변화를 따라잡는다는 건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존의 국정관리시스템으로 이 모든 변화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되었다고 해도 한번 구축되고 형태를 갖추는 순간, 자기유지(self-maintenance) 논리에 빠져 예외적인 상황에 민첩하게 반응하기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시대의 공공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기존의 국정관리시스템에 내재된 공백을 메워 줄 수 있는 것은 종이에 잉크로 박제된 법과 제도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며 그 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관리자들의 리더십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공공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공동체에 대한 진실한 애정으로 무장된 공공리더십이야말로 법과 제도의 흠결을 막아 주고, 나아가 그를 더 풍요롭게 해석하고 운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행정연구원이 공공리더십에 관한 대중서를 기획하게 된 것은 이런 믿음에서입니다. 생활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난제들을 적시에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은 시스템과 매뉴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의 마음(mind)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비단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공직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갈수록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민·관 협력이 중요해지는 현대 정치·행정시스템에서 국정 운영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누구든 공공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작게는 공직사회 도처에서 오늘도 묵묵히 헌신하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에게, 크게는 맡은 바 일터에서 이 나라의 역사와 시대에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는 대한민국 시민 모두에게 작으나마 알찬 교양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제1부는 한류의 초석이 된 우리의 리더십을 다룹니다. 충무공 이순신, 다산 정약용, 도산 안창호, 가인 김병로 등 한국사의 중심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공공리더십의 거인들 이야기입니다. 제2부는 500년 세계 패권을 이끈 서구의 리더십을 소개합니다. 마키아벨리, 빌리 브란트, 한나 아렌트, 에이브러햄 링컨, 올로프 팔메, 시몬 페레스, 마틴 루터 킹 등 세계사의 현장에 펼쳐진 공공리더십의 형태와 원리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제3부는 우리 시대의 화두이기도 한 통합의 리더십을 위해 필요한 이론적 성찰을 담습니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실용적 리더십과 화합적 리더십, 그리고 불평등과 포퓰리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포용국가론이 그것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 생경한 공공리더십의 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소복이 쌓인 흰 눈 위로 처음 걸어 보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같이 손잡고 걸어볼 것을, 감히 청합니다.
2022년 12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정해구
한국행정연구원장 최상한
<차례>
제1부 공공리더십–한류의 초석이 되다
1. 충무공 이순신의 혁신적 사고, 국가 위기를 극복하다
들어가며
이순신 혁신적 사고의 연원(淵源)
조정의 수군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
자체 판단에 따른 조선 수군 운영 전략
나오며: 정책적 함의
2.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의 공공리더십
들어가며
『목민심서』의 편찬
『목민심서』 집필의 동기
수령의 위치와 역할
하급 관리의 단속
삼정의 문란과 그 폐해
나오며
3. 독립운동 지도자, 도산 안창호의 리더십
안창호의 민족과 국가의 재발견
안창호 리더십 형성의 제1기와 그 특징
안창호 리더십 형성의 제2기와 그 특징
안창호 리더십 형성의 제3기와 그 특징
안창호 리더십의 특징
4. 가인 김병로와 사법 리더십
들어가며
청(소)년기의 김병로
법학도·법학교수로서 김병로
판사를 거쳐 변호사 입문
항일 민족 변호사로서 김병로
신간회와 사회운동가로서 김병로
1930년대의 김병로 변호사
일제 말 은거와 지조 지켜내기
해방 직후 정치 현실 속에서
미군정기 사법부장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법전편찬위원회 위원장 김병로
민주주의의 파수꾼 김병로
김병로의 리더십
5. 성군(聖君)의 조건
당 태종과 위징
범안감간하는 신하들
외유내강의 장손황후
당 태종의 최후
성군의 조건
제2부 서양의 공공리더십-500년 세계 패권을 이끌다
6. 『군주론』, 공존의 리더십
들어가며
관계와 활력의 리더십
나오며
7. 빌리 브란트의 비전 리더십
대한민국, 왜 독일에 주목하는가?
나치의 만행에 독일 총리로 처음 무릎 꿇어
‘접근을 통한 변화’를 내건 동방정책으로 통일 초석 놓아
사생아로 태어나 험난한 유년기를 거쳐
젊은 시절 나치와 투쟁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을 선택
더 큰 정치를 위해 ‘나치 부역자 세력’과도 연정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총리실 비서관 기욤의 동독 간첩사건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
김대중 구명운동에 앞장서는 등 왕성한 국제 활동
브란트 총리 리더십이 주는 함의와 시사점
8. 한나 아렌트와 공공성의 리더십
한나 아렌트는 누구인가?
사안의 정치적 차원을 읽어 내는 리더십
공공성을 실현하는 리더십
관료주의를 극복하는 리더십
독단을 넘어서는 리더십
예측 불가능성을 예측하는 리더십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이용하는 리더십
어떻게 이런 리더십이 가능한가?
9. 에이브러햄 링컨의 공공리더십
들어가며
과미심괴(誇美甚傀): 아름다움을 과장하는 것을 멀리하시오
문어농부(問於農夫): 현장에 답이 있다
여지소이(予之所倚): 너를 믿는다는 말 한 마디가 사람을 바꿔 놓는다
유심간택(留心揀擇): 온 마음을 기울여 인재를 찾으시오
사위미성(事爲未成): 업(業)을 행하는 자, 맡은 사명을 명심하십시오
독단위지(獨斷爲之):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야 할 일이 있다
선장악단(善長惡短): 장점은 오래, 단점은 짧게 기억하시오
나오며
10. 올로프 팔메의 정치철학과 상생의 리더십
들어가며
정치철학
팔메의 국내 정치 및 국제 정치 접근 방법
팔메의 정치 리더십
나오며
11. 시몬 페레스의 탈피오트 리더십
들어가며
혁신을 위한 파괴: 거꾸로 보이는 거울, 플립 미러를 준비하자
탈피오트, 최고 중 최고를 지향하라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과거의 기억이 아닌 미래로의 여행, 상상
무한의 자유, 실패의 용인
목표 지향의 인재가 빠르게 성장한다
틀을 깨는 사고로 1%의 차이를 만들 수 있어야
현장에 답이 있다
또 하나의 지구, 사이버 세상을 지배하라
영향력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추구
우주를 다시 보자, 2차원의 면적을 3차원의 공간으로
미사일 사령부, 단계적 방어망
티쿤 올람, 세상의 소금이 되자
두뇌, 국제 사회로 가는 여권
탈피오트의 힘은 개인이 아닌 네트워크
스칼라가 아니라 벡터를 지향하라
탱크, 미사일에서 이제는 생명으로
나오며
12. 공감한다. 고로 존재한다. 호모 엠파티쿠스: 링컨과 마틴 루터 킹의 공감 리더십
들어가며 - 링컨의 공감과 포용 리더십
라이벌을 포용한 링컨 리더십
링컨의 게티즈버그 국민 공감 연설
공감, Why?
공감, How? - 공감한다. 고로 존재한다
아담 스미스가 본 인간의 본성
아담 스미스의 사람중심경제: 공감과 포용,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호모 엠파티쿠스
공감, What?
나오며: 리더들을 위한 함의
제3부 미래를 준비하는 화합의 리더십
13. 세종대왕과 벤저민 프랭클린: 시대와 대륙을 가로지르는 실용적 리더십
세 가지 리더십
세종대왕과 벤저민 프랭클린의 실용적 리더십
세종 리더십: 정책적 함의 6제(六題)
14. 단절사회, 화합적 통합의 길
들어가며
사회 불안
사회 격차: 양극화
사회 갈등
불평등 시대의 사회 통합 원리
대안적 사회통합론의 요청
넬슨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
화해적 통합론의 의의
화합적 성숙사회를 향해
15. 민주주의와 포용국가: 불평등과 포퓰리즘의 예방과 대응
들어가며
민주주의와 포용국가의 기원
세계사의 진행: 민주주의와 포용국가의 병행 발전
근현대 민주주의의 작동과 포퓰리즘의 확산
불평등을 확대하는 다양한 메커니즘
불평등의 정치적 결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방안
나오며
<저자 소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 한국행정연구원 공편
김경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 / 전(前)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김문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김선욱 숭실대학교 학사부총장
김택환 경기대학교 특임교수
김형곤 건양대학교 교수
박상철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백기복 국민대학교 교수
성경륭 농산어촌유토피아특별위원회 위원장 / 전(前)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송재소 퇴계학연구원 원장 /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신용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윤종록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이정우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 전(前)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제장명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 소장
한인섭 서울대학교 교수 / 전(前)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