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학문의 길은 평탄하지 않다. 그 길은 질퍽거리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기도 하며, 가파르기도 하고, 비좁기도 하다. 게다가 갈래도 많다. 그러다 보니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을 꾸준하게 걸어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22년 한국행정학회는 하나의 길을 꾸준하게 걸어왔거나 걷고자 하는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학회는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 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한국행정학회에서는 이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2022년도의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 위원회’는 강혜진 교수(경남대), 김두래 교수(고려대), 김정인 교수(수원대), 김지성 교수(한성대), 김태은 교수(교통대), 배수호 교수(성균관대), 이석환 교수(한양대), 최태현 교수(서울대), 한상일 교수(연세대) 등으로 구성됐으며, 위원장은 임의영 교수(강원대), 간사는 한승주 교수(명지대)가 맡았다. 위원회에서는 많은 학자가 추천됐으며, 지난해에는 그 가운데 열 명의 학자만을 대상으로 4, 6, 9, 12월 네 차례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했다. 학자들의 발표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 연구 활동과 발견들, 향후 계획과 제언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개별 학자들의 발표 내용에 대한 소개는 본문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세미나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첫째, 학문을 하는 데는 답을 찾는 것보다는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학자들은 이 말에 매우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스스로에게 ‘큰 질문(big question)’을, 그리고 그 질문과 관련된 ‘작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답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큰 질문’은 학자 개인에게 중요한 질문이고 좋은 질문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들은 학계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하는 것들이다. 학문적 자산이라고 하는 것이 이러한 질문들을 원료로 삼아 생산되는 것은 아닐까?

  둘째, 학문은 공동 작업이다. 학자들은 하나같이 학문의 길을 열어 준 지도교수와 선후배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또한 동료들의 논평이 큰 자극이 됐음을 고백한다. 이는 연구의 성과가 학자 개인의 성과이자 학계의 성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비판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주례사 논평은 연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열한 비판과 논쟁만이 학자들을 자극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공동 작업의 결과물로서 학문적 자산이라고 하는 것이 비판을 기제로 해서 생산되는 것은 아닐까?

  셋째,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학문 활동은 글쓰기를 매개로 이뤄진다. 그래서 그런지 학자들은 글쓰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에서 발견된 것들을 공유하는 데 어떤 글쓰기가 더 바람직한 것인가를 고민한 경험을 고백한다. 정형화된 논문쓰기의 형식에 맞추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연구에서 발견한 것들을 공유하는 방식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출판계의 사정상 교과서가 아닌 연구서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대중적인 저술을 내는 것은 학계에서 그렇게 익숙한 풍토가 아니다. 글쓰기 문제는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세미나에서 학자들이 발표한 원고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몇 편의 논문보다 자유롭게 서술된 발표 원고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년간의 세미나에서 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발표는 모두 소중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나마 학자들의 발표 원고들을 모아 책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돼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고백록 같은 원고를 준비하고 발표한 학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세미나에 사회자로 또는 토론자로 참여한 학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세미나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 위원회’의 위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도 한국행정학계의 생애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 위원회’의 출범에 결정적 기여를 한 원숙연 한국행정학회 회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 위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행정학회 회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 위원회’의 활동이 행정학계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23년 2월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 위원회 위원장 임의영

 

<추천의 말>

  『학문의 길- 행정학자들의 이야기』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 책은 2022년 한국행정학회의 ‘생애연구성과 공유·확산’을 위한 노력의 귀한 첫 번째 결실이다. 이 책은 ‘한국 행정학 연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우리나라 행정학자들이 축적해 온 학문적 성과를 재조명하고 학문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증거가 될 것을 확신한다.

  언젠가부터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세상 물정에 둔한 일, 때로는 우매한 일처럼 여기는 세태가 느껴진다. 더욱이 ‘천착(穿鑿)’이 중요한 덕목과 미덕이 돼야 하는 학문세계에까지 그러한 세태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세상 물정에 둔한 사람이어서인지, 그러한 세태가 너무 안타까웠다. 이 책은 그러한 안타까움을 해소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학문적 공간이다.

공자(孔子)의 말처럼 학문의 세계는 ‘학여불급(學如不及)’임을 믿는다. 학문을 하는 일은 계속 뒤쫓아가지만 늘 미치지 못하기에, 그저 우직하고 끈기 있게 천착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책에서 독자들은 행정학자들이 보여 주는 바로 그 학문적 우직함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열 명의 행정학자는 자신들의 짧지 않은 학문적 여정을 기꺼이 나눠 주고 있다. 학문적 여정에 들어서게 된 계기, 그 과정에서 맛본 좌절과 고민, 그리고 성취와 사명감에 이르끼까지. 이 책에서 독자들은 열 명의 행정학자 각자가 들어선 길은 (주제 면에서) 여러 갈래였지만, 결국 한 곳에서 만나게 됨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길게는 40년 이상 하나의 주제를 천착해 온 저자들의 학문에 대한 진정성과 탐구 과정은 ‘구도(求道)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내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세상이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한눈팔지 않으며 오롯이 자신의 학문적 여정을 우직하게 이어 나가고 있는 고길곤 교수, 김근세 교수, 김상묵 교수, 김윤상 교수, 박흥식 교수, 양재진 교수, 유재원 교수, 윤견수 교수, 임의영 교수, 정성호 교수께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귀한 헌신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임의영 위원장을 포함한 ‘한국행정학회 생애연구성과 공유· 확산 위원회’ 위원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이제 첫 번째 결실을 맺었으니 두 번째, 세 번째 그렇게 이어질 또 다른 결실을 기다리는 마음이 봄바람처럼 설렌다.

2023년 2월

제57대 한국행정학회 회장 원숙연

 

<차례>

■ 무엇을 위한 행정학 방법론인가? : 문제 지향과 지식 성장을 위한 행정학 이론을 중심으로 | 고길곤 |

I. 들어가는 말 

II. 방법론의 개념과 연구 영역의 변화

III. 인식론과 계량방법론

IV. 과학의 시대를 위한 방법론에서 소통의 시대를 위한 방법론으로

V. 인과이론을 위한 방법론의 동경과 좌절

VI. 무엇을 위한 방법론이 돼야 하는가?

 

■ 한국 정부조직 연구의 탐구 | 김근세 |

I. 들어가는 말 

II. 왜 국가론의 관점에서 정부조직을 연구하게 됐는가? 

III. 연구 성과와 과제 

IV. 한국 정부조직의 역사적 분석: 역사적 제도주의 접근 

V. 한국 정부조직의 정치적 접근: 파워엘리트 이론 

 

■ 공공봉사동기 연구 | 김상묵 |

I. 들어가는 말 

II. 공공봉사동기 연구 

III. 연구 과정의 교훈 

IV. 연구 과제 

V. 나오는 말 

 

■ 지공주의(地公主義): 제 평생의 연구 주제를 소개합니다 | 김윤상 |

I. 나의 학문, 나의 인생 

II. 지공주의의 잠재력: 화합과 평화의 초석 

부록 1. 한국 휩쓴 팬데믹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백신 있다 

부록 2. 탄생 100주년 존 롤스의 토지 정의 

 

■ 내부고발 생애연구의 회고 | 박흥식 |

I. 들어가는 말 

II. 내부고발 연구의 계기: 현실은 우연이고 필연이다 

III. 내부고발 연구 

IV. 성과 

V. 나오는 말 

 

■ 비교 복지국가 연구: 한국 사례를 토대로 한 ‘작은복지국가론’의 일반화 | 양재진 |

I. 들어가는 말 

II. 복지국가이론의 유럽중심주의와 작은 복지국가 연구의 필요성 

III. 작은 복지국가 연구의 태동과 발전 

IV. 나오는 말 

 

■ 한국 지방자치 이론의 구축을 향해서: 생애연구의 시작과 끝 | 유재원 |

I. 들어가는 말: 좋은 질문을 찾아 나선 연구 여정

II. 지방자치 제도 선택에 대한 정치적 분석: 지방자치는 정치적 과정이다 

III. 분권은 선인가?: 분권지상주의와 분권만능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IV. 자치정부는 얼마나 자율적이며, 얼마나 지방 시민사회에 반응적인가?: 법적 및 정치적으로 집권적인 중앙-지방 간 관계; 정치공동체가 아니라 문화공동체로서 지방 시민사회 

V. 지방정치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이론화 작업과 단체장주의 

Ⅵ. 지방서비스 공급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제약은 무엇인가?: 지역 간 경쟁이 약하고 재정의존도가 높은 지방정부 체제 

Ⅶ. 지방 거버넌스 연구와 계층제 건재론 

Ⅷ. 생애연구로부터 도출된 한국 지방자치의 특색: 제약돼 있지만 한계 없는 도시 

 

■ 한국 정부관료제 연구: ‘공직’ 개념의 재발견 | 윤견수 | 

I. 들어가는 말 

II. 왜 관료제 연구인가? 

III. 관료제 연구의 분석 단위: 공직 

IV. 공직 체계의 분류와 관료제의 유형 

V. 공직의 정체성 변화: 관료제와 정치 

VI. 공직 수행의 원형: 개발연대 관료제 

VII. 앞으로의 관료제 연구: 고위공직제 

VIII. 나오는 말 

 

■ 공공성: 행정학의 핵심이자 사회적 삶의 지표 | 임의영 |

Ⅰ. 들어가는 말 

II. 만남 

III. 열매 

IV. 계획 

V. 나오는 말 

 

■ 그리움의 행정학: 공자와 한국 행정 연구 | 정성호 | 

I. 들어가는 말: 우연과 필연, 그리고 그리움 

II. 나의 그리움: 민주화, 공공화, 주체화 그리고 변화 

III. 나오는 말: 학문적 그리움 키우기/죽이기 

 

<저자 소개>

고길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현)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조교수

미국 University of Pittsburgh 정책학 박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연세대학교 행정학사

 

김근세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행정학과 교수(현)

미국 Syracuse University 행정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행정학사

 

김상묵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현)

미국 Michigan State University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한양대학교 행정학사

 

김윤상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및 석좌교수(전)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도시계획학 박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박흥식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현)

미국 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

행정학 박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사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현)

미국 Rutgers University 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연세대학교 행정학사

 

유재원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현)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행정학사

 

윤견수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현)

고려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고려대학교 행정학사

 

임의영

강원대학교 행정·심리학부 교수(현)

고려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고려대학교 행정학사

 

정성호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전)

미국 University of Delaware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 석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