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 자서전은 지난 40년간의 나의 학문 생활과 그에 기초한 실천적 삶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과 반성의 성격을 갖고 있다. 대나무가 몸통에 비하여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매해 매듭을 지어 주기 때문이다.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존재와 시간』에서 세인(世人, das Man)들에게 비본래적 삶이 아닌 본래적 삶을 살아갈 것을 역설하였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매 순간순간을 결단하여야 하는 카이로스(Kαιρός)의 삶을 살아가야지, 단순히 시간적 흐름에 내 자신을 맡기는 크로노스(Χρονος)의 시간에 의존해서는 결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자서전은 내 인생의 시기를 크게 4단계인, 대학 이전 시절, 대학과 대학원 시절, 유학 시절, 그리고 40년간의 학자이자 교수 시절로 구분하고 매 시기마다 어떠한 결단의 시간을 갖고 이를 성취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해 왔는가를 담고 있다. 이 자서전을 집필하는 내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한 가지 확신은 모든 결실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었던 수많은 사람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존재 방식이다. 친구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스승과의 관계, 더 나아가서 절대자인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이야말로 내가 가진 잠재성을 극대화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나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이신 정홍익 선생님이 추천사에서 언급한 두보(杜甫)의 시처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자신의 얄팍한 이익만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단기적 이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결코 장기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자서전은 명약관화하게 보여 주고 있다.

  초심(初心)과 항심(恒心)을 잃지 않는 것은 학문의 세계에서 특히 증요하다. 학문의 세계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공자(孔子)의 말씀대로 학문,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학문을 통하여 진정한 기쁨을 맛보아야 한다. 공자는 일찍이 제자들에게 세 가지 낙이 있다고 하였는데 첫 번째 낙은 바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아(不亦悅乎兒)이다.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학문 자체보다는 지식을 습득해 석사, 박사 학위를 따는 데 급급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런 사람들은 조직학자인 찰스 페로(Charles Perrow)의 말대로 본원적 목표인 공부보다는 파생적 목표인 학위 취득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화두를 두고 치열하게 사유하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시류에 따라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는 학문놀이만 하다가 일생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자서전에서 밝혔듯이, 나는 행정학 전공자이지만 학문의 기본을 탄탄히 하기 위하여 철학, 윤리, 환경, 문화(조직문화 포함),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함으로써 통섭의 중요성을 젊은 학자 시절부터 인식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런 덕분에 융합이 대세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교적 잘 적응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논문 주제의 독창성과 대안 제시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두 번의 논문학술상을 수상할 수 있었고, 교무처장 등 대학 내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도 한국행정학회장,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회장, 차관급 국책기관인 환경연구원 원장, 인사혁신처 소속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공동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장 등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요직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40년간 대학에 봉직하는 동안 거의 20명에 달하는 박사학위 제자들을 지도할 수 있었고, 이들은 대학, 정부부처, 공기업 등 다방면에 진출하여 국가 핵심 동량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학 시절에 나는 학과의 꽤 많은 미국 교수가 공부에만 심취하고 가정에 소홀히 한 탓에 이혼남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학자가 학문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충전소의 역할을 하는 가정의 행복은 필수이다. 학문과 가정을 잘 조화해 내는 학자야말로 이상에만 치우치지 않고 실천적 삶을 사는 학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가족들과 한 달 간 자동차를 렌트해 하와이, 캐나다, 스페인, 프랑스, 북유럽 여러 나라를 구석구석 여행하였다. 책을 통하여 하는 간접 공부가 아니라 실제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는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은 연구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세월이 흐를수록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단단하게 결속되는 놀라운 효과를 가족 여행을 통하여 얻었다는 것이다. 공부에 바쁘다느니, 친구랑 어울려 노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여러 핑계를 대고 가족과의 유대를 소홀히 하였다면 이는 두고두고 후회로 남았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 가족은 하루에도 여러 번 가족 단톡방을 통하여 출가한 딸이든, 대학원 공부로 바쁜 아들이든, 집에 있는 아내이든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의사소통을 수시로 함으로써 가정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있다.

  하버드대 신학교수인 하비 콕스(Harvey Cox)의 말대로 돈이 신이 되어 버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돈의 가치에만 올인하면서 가족, 친구, 스승, 절대자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나처럼 학자로서의 긍지와 자랑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나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가족, 친구, 스승, 그리고 하나님의 보살핌이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자로서의 길을 열어 밝혀 주신 서울대 정홍익 명예교수님과 미국 조지아대학교 제임스 리건스(James L. Regens) 교수님, 그리고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하신 토머스 라우스(Thomas P. Lauth) 학장님의 은혜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힘들고도 먼 학문의 장도(長途)를 선·후배 교수로서 나를 격려하며 같이 동행해 준 서울대 김병섭, 정광호 교수님, 인천대 이종열 교수님, 가톨릭대 김용승, 이종원, 채원호 교수님, 국민대 조경호, 이석환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제자로서 이제는 당당히 학문의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는 신영균 박사, 주효진 교수, 채경진 박사에게도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조변석개하는 현 시대에 학자로서 위 세 제자는 초심과 항심을 잃지 않고 이제 은퇴를 목전에 둔 제 곁을 꿋꿋이 지켜 주고 있어 늘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변함없이 지지해 준 고마운 분들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은퇴 후에도 나는 재능 기부를 통하여 이 사회에 조그만 밀알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특히 자서전의 제목처럼 ‘사유(思惟)로의 학문과 실천적 삶’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어긋남이 없이 살아보려고 한다. 지난 40년 간의 소중한 기억들이 망각 속으로 사라지지 않게, 멋진 편집과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난 수년 동안 주옥 같은 책들을 세상에 펴냄으로써 국가 발전과 국민 계몽에 헌신해 온 윤성사를 통하여 이 자서전이 나오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 기쁨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려고 한다. 아무쪼록 이 자서전이 학문의 길에 이미 들어섰거나 들어오려고 하는 독자들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조그마한 나침반의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면서 머리말에 대신한다.

2023년 9월

부천 원미산 자락에 있는 가톨릭대 성심교정에서

현거(懸車) 박광국

 

<차례>

추천사 1. 환경정책 전문가, 조직관리자로서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 준 박광국 교수 / 윤성규

추천사 2.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해 온 박광국 교수 / 정홍익

추천사 3. 선배 교수가 본 박광국 교수 / 김용승

 

나의 삶, 그리고 학문의 길

 

나의 출생 배경과 대학 이전 시절

출생 배경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다

 

학문 세계로 이끈 멘토들과의 운명적 만남

행정학 전공을 택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홍익 교수님을 만나다 

미국 조지아대학 박사과정에서 제임스 리건스 교수를 만나다 

 

나의 유학 준비와 결실이 있기까지

미국 유학의 생소함 

미국 유학의 길에 오르다 

박사 학위를 3년 반 만에 취득하다 

 

40여 년의 교수 생활을 시작하다

사학의 명문, 영남대학교에서의 첫 교수 생활 

가톨릭대학교에서 제2의 교수 인생 

교육 활동 

연구 활동 

강연 및 칼럼 기고 

 

대·내외 봉사 활동 및 국책연구기관장 등 다양한 공직에 봉사하다

영남대학교 시절 대·내외 봉사 활동 

가톨릭대학교 시절 대·내외 봉사 활동 

한국행정학회장 피선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임명 

한국산림행정학회의 창립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장(국무총리와 공동위원장)으로 임명 

가톨릭대학교 탄소중립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 

2023년 국회 의정대상 심의위원에 위촉됨 

각종 재능 기부 활동으로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 

 

가정과 학문 양립: 가족을 배려하는 삶

미국 남부와 북서부 주를 여행하다 

하와이로의 가족 여행 

캐나다로의 가족 여행 

스페인으로의 가족 여행 

프랑스로의 가족 여행 

북유럽으로의 가족 여행 

가족 여행을 통하여 얻은 값진 교훈들 

 

문하생의 박사 학위 후기

 

최상일 박사(전 세명대학교 교수) 

신영균 박사(경주제삼교회 담임목사) 

이창용 박사(전 국가정보원 대구시 지부장) 

주효진 박사(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교수) 

도운섭 박사(전 울산대학교 연구교수) 

김옥일 박사(농업기술실용화재단 스마트 농업본부장) 

정광열 박사(맹동성당 주임신부) 

채경진 박사(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최동황 박사(경민대학교 태권도외교학과 겸임교수) 

장영철 박사(한국철도공사 안전총괄본부장) 

류재구 박사(중앙대학교 객원교수, 어울림장애인활동지원기관 상임이사) 

김문호 박사(전 부천시의회 의장) 

이성국 박사(전 충북대학교 특임교수) 

염영섭 박사(공군교육사령부 행정부장) 

민경애 선생(박사과정 수료,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문화교류팀장) 

한승수 선생(박사과정 수료, 전 경기연구원 초빙연구원) 

이수정 선생(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학교 공연예술문화학과,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연구원)

그 밖의 문하생 

 

에필로그

 

부록

연구 업적 목록

 저·역서 

 논문 

박광국 연보 

 SERICEO 동영상 및 칼럼 기고

 SERICEO 동영상 

 서울신문 칼럼(열린세상) 기고 

한국정책학회 소식지에 실린 정부업무평가 인터뷰 전문

 

축사 1. 관포지교의 우정을 나누다 / 이종열

축사 2. 후배 교수가 본 박광국 교수 / 채원호

축사 3. 관우회 선배 박광국 교수님의 정년을 축하하며 / 정광호


<저자 소개>

박광국

가톨릭대학교 교수

국무총리 공동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장

 

전) 한국행정학회 회장

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전) 한국산림행정학회 초대 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