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뉴노멀 시대의 도래는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다양한 첨단기술이 등장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치안 분야의 미래 유망기술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아닐까 싶다. 이 책 『Criminal Futures』가 출간된 시점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그 기능과 성능을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경찰의 인공지능 활용이 더욱 높은 수준을 향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술적 배경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무렵 국내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뉴딜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인공지능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학습용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노력이 정부 주도로 추진된 것이다. 더구나 2014년부터 시작된 경찰 R&D 사업 추진이 가파른 성장을 이뤄가던 시점과 맞물려 경찰의 빅데이터 정책과 예측 치안 기술개발은 상당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술개발 중심의 외적 성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예측 치안 기술개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제도와 문화가 함께 뒷받침돼야 하는 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간과했던 까닭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매우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준다. 이 책은 기술 중심의 과학 치안 논의의 다른 한편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미래의 경찰상을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장밋빛 청사진만을 보여주는 기술 중심 논의에서 탈피해 치안 일선에 해당 기술이 어떻게 녹아들어 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저항과 갈등 혹은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신기술이 조직문화의 저항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은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역자는 2021년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몇몇 대학원생들과 스터디를 했다. 이후 2022년에는 몇몇 신진학자들과 본격적인 스터디 및 번역 작업을 시작했고, 2024년 1학기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의 과학치안전공 수업에 이 책을 활용해 봤다. 그 결과, 현직 경찰관들에게는 나름 신선한 충격을 줬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 책에는 데이터의 수집에서부터 투명한 알고리즘의 운용, 범죄 데이터 분석관의 역할과 시·도청 단위 경찰지휘부의 판단, 지령실에서의 반응, 순찰경찰관의 대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경찰 주체와 업무 단위 내에서 예측 치안의 성패와 관련한 이슈들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년 전부터 예측 치안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범죄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연구와 개발을 진행해 왔지만, 구체적으로 일선 경찰에까지 그 활용이 확산되진 못한 상황이다. 대륙법계 전통을 갖는 독일과 스위스의 사례를 소개한 이 책은 경찰청-시도 경찰청-각급 경찰서 단위에서 예측 치안 시스템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치경찰제도를 취하고 있는 해당 국가의 경찰체계내에서 예측 치안의 활용 방법을 잘 설명해 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의 번역자인 이병도, 홍승표, 전용재 교수 그리고 김도선 박사는 경찰학 혹은 범죄학 전공으로 동국대학교 선도융합연구센터 “SMART Community Policing System(Googi) 개발 사업”의 연구교수 또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과학치안 및 융합연구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정연대 교수는 범죄분석관으로서의 실무 경력과 함께 공간정보학 및 범죄학 박사를 갖고 있어 시공간 중심의 예측 치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해 줬다. 끝으로 공동 작업을 주도한 김연수 교수는 과학치안 정책 및 R&D 연구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치안 연구개발사업의 전 주기에 다양한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먼저, 선도융합연구센터 사업 참여의 기회를 주시고 신진학자들이 마음껏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동국대 임중연 교수님의 배려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한편, 번역된 글이 좀 더 매끄럽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되도록 도와준 동국대 박민정, 박지인, 박희원, 신재우, 이땅에새봄결 원생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끝으로 이 번역서가 한국에 소개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움을 주신 윤성사의 정재훈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경찰에게 ‘예측 치안’이라는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본다. 이제 이 길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를 중심으로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모쪼록 독일과 스위스 경찰의 예측 치안 도입과정과 일선의 목소리를 소개한 이 책이 한국의 ‘예측 치안’ 정착과 성공에 좋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2024년 9월
역자들을 대표해서
김연수 씀
<차례>
Chapter 1 범죄의 미래
1. 연구방법
2. 이 책의 핵심주제
3. 이 책의 구성
Chapter 2 예측 치안과 그 기원
1. 경찰과 미래
2. 범죄예방의 진화
3. 예측 치안: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4. 인물 기반 접근 방식
5. 장소 기반 접근 방식
6. 결론
Chapter 3 경찰과 테크놀로지
1. 기술과 경찰조직
2. 사회공학적 시스템의 출현
3. 번역의 연쇄로서의 예측 치안
4. 결론
Chapter 4 데이터의 속도에 관한 요구
1. 범죄인지와 범죄신고
2. 범죄 데이터의 생산
3. 품질관리
4. 범죄와 경찰활동의 주기
5. 결론
Chapter 5 인간과 기계
1. 업무의 자동화
2. 운영자의 필요성
3. 기계의 조작
4. 기계와의 논쟁
5. 결론
Chapter 6 지도에 위험 표시하기
1. 지도의 힘
2. 커뮤니케이션 연속성
3. 위험 메모 작성하기
4. 거리 순찰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기
5. 위험과 대중
6. 결론
Chapter 7 위험 순찰하기
1. 기본적 경찰전술로서의 순찰
2. 기능과 과학
3. 순찰경찰관 참여 유도
4. 위험공간의 순찰
5. 결론
Chapter 8 예측 치안은 효과적인가?
1. 성공의 중요성
2. 예측 치안에 대한 압박
3. 인식론적 불확실성
4. 성공의 재정의
5. 결론
Chapter 9 ‘나쁜’ 예측
1. 기술과학의 은폐
2. 자료와 편향
3. 의심과 개입
4. 병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는 대증요법
5. 투명성과 책임성
6. 결론
Chapter 10 (예측) 치안의 미래
1. 실험에서 구조적 개혁으로
2. 예측 치안의 확장
3. 마침표: 몇 가지 당부의 말
<저자 소개>
사이먼 에그베르트(Simon Egbert)는 베를린공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후 연구원이다. 사회학과 범죄학을 전공한 그는 과학기술연구, 보안연구, 예측 사회학, 시간연구, 담론이론, 시각지식연구, 테스트 사회학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그는 예측 치안, 약물 검사, 거짓말 탐지, 시동잠금장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마티아스 리즈(Matthias Leese)는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보안연구센터의 행정 및 기술선임 연구원이다. 그의 연구는 주로 치안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영향에 관심이 있다. 특히 새로운 치안 기술이 의도된 형태와 의도되지 않은 형태 모두에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규범적 영향에 주목한다. 그의 연구는 공항, 국경, 치안, R&D 활동 등 보안 기술의 다양한 적용 맥락을 다룬다.
<역자 소개>
김연수
- 동국대학교 융합보안학과 교수, 경찰사법대학원 과학치안전공 주임, 융합보안연구소 소장
- 동국대학교 경찰학사 및 동 대학원 경찰학 석사·박사
- 주요 관심분야: 과학치안, 범죄두려움, 범죄예방, 피해자학
- 주요 저서 및 연구: 피해자학(그린출판사, 공저, 2024), 형사사법입문: 범죄와 형벌(박영사, 공저, 2023), 범죄두려움의 해석수준과 심리적 거리 연구-위험해석모델의 확장을 중심으로(2022), 쌍방향 범죄피해자 보호서비스에 대한 기술수용모델 적용(2020)
정연대
-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전공 교수
- (전)경찰청 및 서울경찰청 범죄분석관
- 연세대학교 사회학·심리학 학사, 동국대학교 경찰학 석사, 동 대학원 범죄학 박사, 텍사스대학교(달라스) 공간정보학 박사
- 주요 관심분야: 범죄예측, 시·공간분석모델링
- 주요 연구: The effect of public surveillance cameras on crime clearance rates(2023), Modeling crime density with population dynamics in space and time: An application of assault in Gangnam, South Korea(2022) 등
이병도
-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동국대학교 경찰학사 및 동 대학원 경찰학 석사 · 박사
- 관심분야: 소년 비행, 범죄두려움, 체감안전도
- 주요 저서 및 연구: 경찰행정학(박영사, 공저, 2021) 경찰의 “전국 체감안전도 조사”에 대한 비판적 제언(2021) 학업중단청소년 비행에 관한 소년비행론의 상대적 영향력 검증(2023) 등
전용재
- 배재대학교 경찰법학과 교수
- 동국대학교 경찰학사 및 동 대학원 경찰학 석사 · 박사
- 주요 관심분야: 지역사회 경찰활동론, 범죄원인론
- 주요 연구: 사회의 비난 가능성과 개인의 일탈: 이상동기 범죄의 사회적 접근(2024) 경찰과 시민 간 익명성의 제거가 시민의 반사회적 행위에 미치는 영향(2023) 등
홍승표
- 전주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민간경비교육센터장
- 동국대학교 경찰학사 및 동 대학원 경찰학 석사·박사
- 주요 관심분야: 테러리즘, 빅데이터
- 주요 저서 : 스마트치안과 인공지능((주)디인퍼닛, 공저, 2021)
김도선
- 동국대학교 융합보안연구소 전임연구원
- 동국대학교 불교학 학사, 동 경찰사법대학원 범죄학 석사 및 대학원 범죄학 박사
- 주요 관심분야: 청소년비행, 과학치안
- 주요 연구: 과학수사관의 핵심역량에 대한 탐색적 고찰(2024) 학업중단 청소년의 비행 영향요인 연구: 복학 여부와 봉쇄이론을 중심으로(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