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머리말>

  2022년 『세계인권선언』 초판 출판 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2025년 4월 4일(11시 20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결정과 이어진 조기 대선으로 2025년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등 국내·외적으로 기존 인권 보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 사회 변동이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이러한 역사의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 인류가 마땅히 실현해야 하는 인권의 가치 인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 가치가 일상에서 구현되는 모습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등 인권의 가치 실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는 다양한 해석과 지향점이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같으면서 다를 수도 있는 인권의 가치 실현에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UN 세계인권선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세계인권선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개정판은 초판을 출판한 지 3년 만에 내놓는 것이지만, 그 동안의 수정 및 보완 노력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다. 개정판을 통해 보완하고 싶었던 것 중 이론적인 보충 작업이 더 요구되는 내용들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개정판에 반영했다. 세계인권선언의 심층적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인권 사례를 각 조항 별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인권선언의 각 조항과 사례가 연결되는 점을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요약 제시하고, 논쟁점을 중심으로 각 사례가 인권 보장에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도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각의 사례를 정리할 때 혹여 나의 편견으로 독자들에게 사실이 왜곡돼 제시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논쟁점을 제시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했는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인권이 나아갈 방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더 많은 노력이 요구돼 다른 어느 문장보다 여러 번 글을 썼다 지웠다 하기를 반복했다.

  조항 별 사례를 추가하는 것 외에 초판에서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고, 새롭게 제시된 내용도 포함시켜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혹시 이번 개정판에 오류가 있거나 부족한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나의 책임이다.

  지금까지 학자로서 논리적인 분석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껴왔다. 그러나 개정판 작업에서는 과거와 사뭇 다른 것을 느끼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텍스트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에서 느낀 기쁨에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더해져 인권과 관련한 깊은 공감을 갖게 된 것에서 발로한 것이었다.

  서로 다르지만 삶의 같은 방향을 지향하며 ‘사랑’과 ‘전우애’로 매일을 함께하는 아내 혜진이를 통해 다름의 이해와 공감이 실제 어떻게 발현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의 의미를 깨달아 가며 세계인권선언 제1조가 지향하는 존엄성과 연대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를 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다. 아내를 통해 아내와 함께 하기 전까지의 내 삶은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존엄성에 관한 논리적 사고가 주를 이뤄왔다는 것도 깨달으며,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작게나마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무엇을 더 깨닫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 작은 충격은 어쩌면 본질적으로 논리적 설명이 불가능한 성격의 것이 아닐까 짐작하며 인권을 연구하는 학자일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여기고 있다.

  그리고 나날이 성장하는 사랑하는 딸 다연이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 육아의 고단함과 기쁨, 부모님의 사랑, 글로 접하고 말로 전달만 해왔던 아동 인권의 애틋함에 더해 다연이가 살아가게 될 사회에 대한 걱정도 밀려 왔다. 딸을 보면서 또 다른 형태로 미래 세대를 걱정하게 된 나를 발견하며 기성세대에 대한 공감도 더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 명 한 명의 소중함과 존귀함이 인정받고 그 가치가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대우 받으며,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고, 모두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우리 모두가 꿈꾸고 이루기 위해 같이 손잡고 노력하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의 인권 상황이 기존 사회 제도에 부합하고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 곧 인권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다는 정당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사회 제도는 기존의 합의에 따라 설정된 질서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투쟁도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 지배를 우선하고 그것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에 저항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권의 가치 실현에 현대 민주주의가 최종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인권의 이상적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의 문을 여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며 ‘올바른 정치’는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연구실 등 개정판 작성에 도움을 준 국립한밭대학교와 도서출판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이번 개정판을 매일 내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랑하는 아내 혜진이와 딸 다연이, 그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누나,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어머니께 바친다.

2025년 8월 31일

대전현충원 옆

국립한밭대학교에서

박승민

 

<차례>

제1장 서론

 1. 인권의 개념 

 2. 근대 인권의 기초 

 3. 인권의 다차원성 

 4. 인권의 구분 

 5. 전쟁과 인권 

  1) 제1차 세계대전과 인권 

  2) 제2차 세계대전과 인권 

6. 책의 구성 

 

제2장 세계인권선언의 구성

 1. 세계인권선언 구성 과정 

 2. 세계인권선언 주요 구성자 

  1) 엘리너 루스벨트 

  2) 장펑춘 

  3) 찰스 하비브 말리크 

  4) 르네 사무엘 카생 

  5) 존 피터스 험프리 

  6) 알렉산드르 보고몰로프 

  7) 찰스 듀크 

  8) 윌리엄 로이 호지슨 

  9) 에르난 산타 크루즈 

 

제3장 전문과 인권의 기초

 1. 전문 

  1) 존엄성 

  2) 야만성과 희망 

  3) 저항권 

  4) 국가 간 친선 

  5) UN 체제 

  6) 상호 존중 약속 

  7) 공통의 이해 

  8) 선언 선포 

 2. 인권의 기초 

  1) 제1조 존엄성, 자유, 평등, 형제애 

  2) 제2조 차별 금지 

 

제4장 기본권

 1. 제3조 생명, 자유, 안전 

 2. 제4조 노예제도 금지 

 3. 제5조 고문 금지 

 4. 제6조 법인격 

 5. 제7조 법 앞의 평등 

 6. 제8조 법의 구제를 받을 권리 

 7. 제9조 임의 체포/추방 금지 

 8. 제10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9. 제11조 무죄 추정 권리와 소급 적용 금지 

 

제5장 시민권

 1. 제12조 사생활 보호 

 2. 제13조 거주와 이주의 자유 

 3. 제14조 망명권 

 4. 제15조 국적권 

 5. 제16조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권리 

 6. 제17조 재산권 

 

제6장 정치권

 1. 제18조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2. 제19조 표현의 자유 

 3. 제20조 집회와 결사의 자유 

 4. 제21조 공무담임 및 선거/투표권 

 

제7장 경제·사회권

 1. 제22조 사회보장/경제·사회·문화적 권리 

 2. 제23조 노동권 

 3. 제24조 여가권 

 4. 제25조 생활수준보장권 

 5. 제26조 교육권 

 6. 제27조 문화권 

 

제8장 인권의 제한

 1. 제28조 사회 및 국제 체제 

 2. 제29조 의무와 한계 

 3. 제30조 해석 남용 금지 

 

제9장 세계인권선언 논쟁

 1. 긍정적 평가 

 2. 인권의 보편성과 상대성 

 3. 인권과 법 

 4. 인권과 국가 

 5. 인권과 정치 

 

에필로그

 

부록 1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304

부록 2 세계인권선언 구성 여성 기여자 316

 

<저자 소개>

박승민

(現)국립한밭대학교 노마드칼리지 인문교양학부 부교수

[학력]

• DPhil(Department of Sociology, University of Oxford, UK)

• MSc(Department of Social Policy, LSE, UK)

• 문학석사/학사(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경력]

• (現)Affiliate Research Fellow(Oxford Institute of Population Ageing, University of Oxford, UK)

• (現)공공부문 Best HRD 인증위원(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 (現)청소년정책위원회 운영위원(대전 YMCA)

• (現)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

• (現)대전충남인권연대 운영위원

• (前)행정고시(2차) 출제 및 선정위원(인사혁신처)

• (前)정책혁신 자문위원(서울시복지재단)

• (前)여성친화도시조성협의체 운영위원(경기도 포천시청)

• (前)차의과학대학교 조교수

• (前)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