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오늘을 사는 일반 국민 중에 ‘규제’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러한 ‘규제’를 정부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 정도로 여기고,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매일 규제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흔한 예로 우리 모두는 매일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살아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식품의 유효 기한과 원산지를 속여서는 안 되며,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하천에 오폐수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규제를 받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규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얼마나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규제’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통제’나 ‘억제’와 같은 사전적 의미로 인해 규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즉, ‘규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정부가 국민의 활동을 억압하는 나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결과로, 대부분은 ‘규제개혁’을 나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해서 국민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능한 많이 보장하도록 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과연 규제와 규제개혁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이해는 옳은 것인가? 규제는 나쁜 것이고 규제개혁은 규제를 철폐·완화하는 것이라면, 규제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규제 없는 ‘무규제 사회’를 만드는 것인가? 만일 이것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규제를 없애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또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지나치다면 어떤 규제를 남겨 놓을 것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 이러한 논리의 전개를 보더라도 규제가 나쁜 것이라는 전제는 잘못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혹자는 규제나 규제개혁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의 규제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은 규제개혁의 가장 심각하고 실질적인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을 나쁜 규제를 없애는 것으로 오해하면 필요한 규제를 폐지·완화하려고 하거나, 규제의 신설과 강화가 필요함에도 이를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의 경우에도, 규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필요한 규제개혁에 대한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입법 과정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저자인 최유성 박사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에 28년 동안 근무했고, 30여 년 동안 규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저자는 국무조정실 지원을 위해 2002년 한국행정연구원에 개설된 ‘규제연구센터’ 초대 소장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규제개혁 제도의 개선 및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영향분석과 규제등록 및 정비와 관련된 많은 용역 과제를 수행한 실무적 경험도 갖고 있다. 또한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농수산식품부, 경찰청 등의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규제개혁의 현장을 경험했고, 20여년 이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관련 특강과 교육도 수행해 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규제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 부족과 같은 실태는 저자의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규제개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도 됐다.
또한, 공동 저자인 최무현 교수는 한국행정연구원의 규제연구센터 창립 멤버로, 규제개혁과 규제영향분석 분야에서 오랫동안 논문과 연구보고서 등을 발표했고, 공무원 대상 특강 등을 통해 규제 이론과 규제 현장을 연결시키려고 노력을 다해 왔다. 규제에 대한 기존의 책들은 대부분 규제를 학술적·이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행정학, 법학, 경제학 등의 사전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경우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규제’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대부분 수업이나 업무와 관련해 불가피하게 보게 되지, 자발적인 호기심에 이끌려 읽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이 책은 학생과 일선 공무원, 그리고 규제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규제’의 이론과 실제를 설명하기 위해 쓰여졌다. 이 책은 결코 읽기에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크게 이론 부분(1~7장)과 실무 부분(8~12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처럼 실무 부분을 별도로 구분한 이유는 기존의 책들이 규제 이론에 관한 내용에 치중해 규제제도나 규제개혁 실무 등을 많이 다루지 않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론 부분에서도 규제 실무와 관련된 내용과 사례들을 가능한 많이 포함시켜 실무와의 연계성과 이해를 도모하고자 했다. 이러한 편성은 이 책의 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저자들이 정부의 규제제도 개편이나 규제정책 및 규제개혁 추진에 실제로 관여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을 교과서로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의 경우, 이 책이 총 12장으로 구성돼 있기는 하지만, 일부 장(章)들(1, 3, 4장)의 분량이 다른 장들보다 많은 점을 감안하면, 대체로 15주(週)로 구성되는 한 학기용 분량으로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대학교 이상 수준의 규제 관련 강의를 위한 개론서이자,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실무자들에게 규제에 대한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 참고서로서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 물론 그 밖에도 규제에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이해를 원하는 일반인들도 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규제의 이론과 실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망라하고 있으므로, 대학교 강의 교재가 아닌 이상, 일반 독자들은 이를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고, 특히 규제 실무에 관한 부분은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혹시 규제 실무에 해당하는 규제영향분석이나 규제비용관리제와 같은 내용들을 보고 이 책이 어렵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이러한 설명을 추가했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규제 과목을 강의하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도 하면서 규제개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집필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언론매체의 내용을 보거나 공무원 대상 강의를 가 보면 규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만연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미미한 노력이기는 하지만 이 책이 공무원들은 물론, 일반 국민의 규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데 기여해 우리나라 규제개혁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5년 12월
최유성·최무현
<차례>
제Ⅰ편 규제의 이해
제1장 규제의 개념과 발전 과정
제1절 규제에 대한 기본적 이해
1. 규제에 대한 오해와 이해
2. 규제의 개념
제2절 규제의 역사 : 정부와 시장의 관계
1. 국가의 형성과 ‘정부 성공’: 중상주의 시대(15~18세기 후반)
2. ‘시장 성공’: 자유방임 시대(18세기 후반~1920년대 말 대공황)
3. ‘정부 성공’: 대공황과 뉴딜정책(1930~1970년대)
4. ‘시장 성공’: 복지국가의 위기와 신자유주의(1970~1990년대 후반)
5. ‘시장 실패’와 거버넌스 시대(2000년대 이후)
제3절 규제의 발전 과정 : 미국의 규제 역사
1. 최소 규제의 시대(1789~1890년)
2. 규제국가의 시대(1890~1970년대 중반)
3. 규제개혁의 시대(1970년대 중반 ~현재)
제2장 규제의 필요성과 규제이론
제1절 시장 실패와 규제의 필요성
1. 규제의 필요성
2. 시장 실패의 유형과 규제
3. 규제 실패
제2절 규제이론의 발전
1. 규제의 공익이론
2. 규제의 사익이론
제3장 규제의 유형과 분류 체계
제1절 규제의 분류 체계
1. 규제 분류 체계의 개요
2. 규제의 분류 체계에 따른 유형
제2절 규제의 ‘성격별’ 분류 체계
1. 규제의 ‘성격별’ 분류 체계의 개요
2. 경제적 규제
3. 사회적 규제
4. 행정적 규제
제4장 규제의 방식과 수단: 규제 대안
제1절 규제 대안의 개념과 의의
1. 규제 대안의 개념
2. 규제 대안의 필요성과 발전 배경
3. 규제 대안의 유용성과 한계
제2절 규제 대안의 유형 분류
1. 규제 대안의 분류 체계
2. 규제 대안의 유형과 용례
제3절 규제 대안의 활용 방안
제5장 규제기관
제1절 규제기관의 이해
1. 규제기관의 개념
2. 규제기관의 기능과 목표
3. 규제기관의 유형 분류
4. 우리나라 규제기관의 유형
제2절 규제기관과 관료조직의 생애주기이론
1. 규제기관의 생애주기이론
2. 관료조직으로서 규제기관의 생애주기이론
제3절 규제감독기관
1. 규제감독의 개념과 필요성
2. 규제감독기관의 기능과 역할
3. 규제감독기관의 유형과 현황
제6장 규제 집행
제1절 규제 집행의 이해
1. 규제 집행의 개념과 의의
2. 규제 집행의 모형
3. 규제 집행의 원칙과 유의 사항
제2절 규제 집행의 수단과 제도
1. 규제 일몰제
2. 네거티브 방식 규제와 포지티브 방식 규제
3. 규제 형평과 규제차등화제도
4. 규제개혁을 위한 적극행정 면책제도와 사전컨설팅제도
5.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 프리존
6. 규제지도
7. 규제 정부입증책임제
제7장 규제개혁에 대한 이해와 평가
제1절 규제개혁의 개념과 필요성
1. 규제개혁에 대한 오해
2. 규제개혁의 개념
3. 규제개혁의 필요성
4. 규제개혁의 발전 단계
제2절 규제개혁의 이론
1. 규제개혁의 기본 원칙
2. 규제개혁의 성공 전략
제3절 규제개혁의 평가
1. 규제개혁 평가의 이해
2. 규제개혁 평가모형
3. 규제순응도 조사
제Ⅱ편 규제행정 실무
제8장 우리나라 규제개혁의 역사와 규제개혁 추진 체계
제1절 우리나라 규제개혁의 역사
1. 우리나라 규제개혁 역사의 개요
2. 우리나라 규제개혁 역사의 시기 구분
3. 규제개혁의 준비 단계(1948~1993년: 정부 수립~노태우 정부)
4. 규제개혁의 수량적 감축 단계(1993~2003년: 김영삼 정부~김대중 정부)
5. 규제개혁의 품질 제고 단계(2003~2017년: 노무현 정부~박근혜 정부)
6. 규제개혁의 종합적 관리 단계(2017년~현재: 문재인 정부 이후)
제2절 우리나라 규제개혁 추진 체계
1. 규제개혁 추진 체계의 개요
2. 규제개혁위원회
3. 기타 규제개혁 추진기구
4. 규제개혁 추진 체계의 문제점
제3절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개혁
1.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의 개념과 의의
2.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개혁 추진 체계
3.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권한
4.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의 현황과 문제점
제9장 행정규제의 등록과 심사
제1절 행정규제의 등록
1. 규제등록의 개념과 목적
2. 규제등록의 대상
3. 규제등록의 내용과 절차
4. 규제등록의 원칙과 판단 기준
제2절 행정규제의 심사
1. 규제심사의 개념과 필요성
2. 규제심사의 절차
3. 규제심사의 현황과 개선 방향
제10장 규제영향분석: 제도와 실무
제1절 규제영향분석제도의 이해
1. 규제영향분석의 개념과 의의
2. 규제영향분석제도의 법적 근거와 활용
3. 규제영향분석제도의 내용
4. 규제영향분석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제2절 규제영향분석의 실무
1. 비용·편익분석의 이해
2. 규제영향분석서 작성: 비용·편익분석
제11장 규제비용관리제와 규제사후영향평가
제1절 규제비용관리제
1. 규제비용관리제의 도입 배경
2. 규제비용관리제의 목적과 의의
3. 규제비용관리제의 운영
4. 규제비용관리제의 개선 방향
제2절 규제사후영향평가
1. 규제사후영향평가의 도입 배경
2. 규제사후영향평가의 개념과 의의
3. 주요국의 규제사후영향평가제
4. 규제사후영향평가의 수행 절차
제12장 규제정책 및 규제개혁의 과제와 발전 방향
제1절 우리나라의 규제정책 및 규제개혁의 현황과 개선 방안
1. 우리나라의 규제정책 및 규제개혁에 대한 평가
2. 우리나라의 규제정책 및 규제개혁의 문제와 개선 방안
제2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규제개혁의 발전 방향
1. 세계경제포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민첩한 규제」
2. OECD 「혁신의 활용을 위한 민첩한 규제 거버넌스 실무지침」
<저자소개>
최유성(崔惟誠)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 학사와 석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플힐 소재)에서 행정학 석사와 미국 테네시대학(낙스빌 소재)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행정연구원에서 28년간 근무하고 2022년에 정년퇴임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재임 중 규제연구센터 초대 소장을 역임하는 등 규제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실무에도 참여하고 있다. 규제정책 및 규제개혁과 관련된 다수의 보고서와 논문들을 발표했고, 규제행정 과목 대학강의를 포함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개혁과 적극행정 교육도 20여 년간 실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농림수산식품부, 경찰청 등의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그리고 행정자치부의 규제개혁성과평가단 및 기업규제개혁자문단의 위원을 역임했으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정책 및 규제개혁에 관한 많은 용역사업도 수행했다. 이와 관련해 규제 분야 정부 업무에 대해 기여한 공로로 근정포장, 장관 표창, 우수연구자상, 우수강사상 등도 수상했다.
최무현(崔武玄)
고려대학교에서 문학사(사학),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BK21사업단 Post-doc.연구원과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현재까지 상지대학교 행정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전문위원, 상지대학교 학술정보원장, 인권센터장, 상지학원발전기금재단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연구센터의 창립 멤버로 규제개혁과 규제영향분석 등 관련 다수의 보고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규제학회의 이사와 행정안전부의 지방규제평가위원 등 다수의 규제개혁 정부위원회 관련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