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21세기를 흔히 융합의 시대라 한다. 융합이란 어느 특정한 현상을 해석하거나 문제를 풀기 위해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학제를 넘나들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적용하는 행태를 말한다. 20세기까지 나타난 학문활동은 하나의 분야에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그 분야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해석이나 전문적 이론을 확립하고 적용하는 데 집중해 온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인간활동을 이해하며 사회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작업은 더 이상 한두 영역의 학문 체계에 머물러서는 불가능하게 됐다.
  특정 학문의 정체성은 인정하고 전문적 활동의 고유성은 존중하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에 접근할 때에는 어느 때보다 열린 마음으로 타 학문의 성과를 접목하고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과학의 세 줄기라 할 수 있는 인문·사회·자연과학 자체 내에서뿐 아니라 세 영역 간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연과학에서 ‘뇌과학’이 발달해 인간의 사고와 판단의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의사결정’에 뿌리를 둔 사회과학 영역(경제학·정책학·심리학 등)에서 기존 이론의 재해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일정 단계에 이르면 인공지능이 자아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활동을 뛰어넘어 고도의 사고 능력을 갖게 됨에 따라 의사나 변호사를 비롯해 상당수의 직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인공지능이 선악을 판단하고 자유의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이 같은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하거나 자연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답을 미루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정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성을 넘어선 영역이 인간의 본질을 설명하는 핵심으로 인식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의 사회활동에 뿌리를 둔 인문·사회과학의 중요성이 부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과학 영역 중 정책학·경제학·행정학·정치학·사회철학·사회학·심리학·역사학·문화인류학의 예를 들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융합론적 통찰을 살펴보고자 한다. 논의의 전개를 단순화하기 위해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이론을 대비시켜 소개할 뿐 아니라 이론들의 학제간 연관성도 모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가 사회과학에 관심 있거나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지적탐색으로 다가갈 뿐 아니라 사회과학 내 융합론적 담론 형성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
2020년 1월
저자 씀

<차례>
■ 제1장 정책학·경제학: 합리적 인간 vs. 감성적 인간 11
■ 제2장 행정학·정치학: 보수성 vs. 진보성 39
■ 제3장 사회철학: 효율성 vs. 형평성 73
■ 제4장 사회학: 진화론 vs. 혁명론 109
■ 제5장 심리학: 인과론 vs. 목적론 147
■ 제6장 역사학·문화인류학: 현실주의 vs. 이상주의 181
■ 제7장 마무리말 215

<저자 소개>
견진만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복지정책론, 행정문화론, 행정조직론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위기의 한국사회 진단』(2017)과 『복지국가와 사회』(2017)가 있다. 주요관심사는 복지국가론, 다문화,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이고 이와 관련한 논문들을 다수의 국제전문학술지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