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국가의 행정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공공의 문제에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이 있다. 많은 절차와 시간 그리고 크고 작은 의사결정들이 연속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우선적인 전제조건은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내용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은 인정하고 순응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구성원의 가치 기준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순응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재검토와 반복의 연속이다. 의사결정의 원칙과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어떤 가치 준거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 현대사회는 바람직의 판단기준을 고민하는 것이 부질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다양한 의사결정의 준거, 경제학 논리의 합리성

행정과 경제에서는 정부의 공적 의사결정 속에 전제된 경제학적인 준거를 설명했다. 의사결정의 준거는 역사적이고 상황적인 맥락의 산물이다. 단일한 절대 준거는 없다. 현대 사회과학에서 정립한 의사결정의 준거는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에서 독립적으로 형성됐다. 고대왕조부터 근대 시민혁명까지 정치학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이후 근대 시민사회에서는 사회 집단적 의사결정의 준거들이 정립됐다. 하지만 그 시기는 짧았다. 2차세계대전 이후 현대자본주의체제가 고착되면서 공적인 영역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생활영역에까지 신고전경제학에서 정리한 의사결정 기준이 합리성을 대표한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경제학의 의사결정 기준이 절대 선이거나 완전한 합리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실의 세계는 좀 더 복잡하다. 공리주의에 기초한 경제적 합리성과 국가주의가 전제된 사회적 합리성의 준거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뭔가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크게 시장주의와 국가주의로 구분된다. 권력과 갈등의 요소를 제외하면 정부 행정과 행정학에서 의사결정은 기능주의적이다.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에 순응을 확보하면서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적 과정에 대한 것이다.

막스베버의 관료제 합리성에 기초하여 형성된 행정학의 일반적인 의사결정은 제도와 규정에 근거한 기능적 의사결정이다. 80년대까지 서구 주요 국가들은 복지국가 황금시대를 열면서 합리적 선의 대리인으로 국가의 기능과 행정학의 의사결정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복지국가 재정위기와 지속되는 사회갈등 그리고 세계질서의 불안정을 경험하면서 전통적인 행정학의 의사결정 방식으로 문제해결의 답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이를 대체한 것은 경제학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민간부문에서 작동하던 경제학의 논리가 정부 행정에 깊게 확산했다.

현대사회는 경제의 시대이며 현대인은 호모에쿠노쿠스 경제인이 됐다. 정부도 경제국가로 변했고, 새로운 공공관리체계가 정립되면서 경제학의 의사결정이 전제된 신공공관리주의가 정부행정의 준거가 됐다. 조직, 인사, 재무, 정책, 정부간 관계 등의 모든 분야에서 경제학의 의사결정 방식이 스며들었다.

 

자기 틀에 갇힌 의사결정의 프레임들

90년대 이후에 신공공관리주의는 국가 운영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사회적 혹은 시대적 산물이었으며 보편적이지는 않았다. 공공의 문제에 대한 시장주의 접근에서 시장실패 현상이 있었다. 정부실패와 시장실패가 동시에 섞이면서 좀 더 고약한 상태가 됐다. 정부에는 정부실패가 있고 시장에서는 시장실패가 있다. 현실에서 의사결정은 항상 모순과 갈등을 안고 있다. 동그란 네모의 공존, 그것이 현실이다.

해답은 없지만, 문제의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은 갖추어야 한다. 현실의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알고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해답의 절반을 찾은 것이다. 사회과학의 학문은 각자의 논리 틀에 갇히기 쉽다. 복잡한 개념과 변수들이 시계 톱니바퀴와 같이 묶여서, 하나의 인식과 처방의 프레임을 형성한다. 부분의 모순이 있어도 자기 프레임을 벗어나기 힘들다. 행정도 관리의 틀에 갇힌 상태다. 학제적 접근을 강조해도 학문 간 소통보다는 더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전문가들의 인식 선호가 다른 상태가 더 고착화되고 있다.

권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정치학과 사회학 정립되어 있으며 시장에 대한 것은 경제학과 경영학의 언어와 이론으로 설명된다. 행정학에서는 이 두 가지의 원리와 담론을 모두 학습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사용한 문제해결 방식은 위계에 기초한 권력이었다. 현대 사회는 경제학에서 정립된 각종 개념과 이론들 그리고 문제에 대한 처방을 활용하는 범위와 강도가 높다. 현대사회에는 신관리주의와 시장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공공관리방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경제의 논리들이 공공의 정부 영역에 더 깊숙이 자리매김하였으며 그것이 강력한 혁신대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행정과 경제의 주요 내용

이 책의 내용은 행정의 의사결정에 전제된 경제학의 논리를 설명한다. 행정학 관련 여러 교과목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거나 혹은 암묵적으로 전제되어있는 경제학적인 논리와 처방들을 해석했다. 책의 내용은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째, 경제학의 기초개념들을 이해하기 위해 미시경제학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행정과 정책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것은 대부분 신고전경제학의 최적화 논리에 기초한 것이다. 경제적인 의사결정에 전제된 논리와 가치 그리고 정책적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시경제학에서 정립한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행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정부의 재정 재원배분과 재정관리의 원칙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행정학에서 정립된 재무행정이론과 경제학의 재정학 이론에 기초하여 정부재정기능과 재원배분 쟁점을 이해하는 관점들을 정리했다.

셋째, 재정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행정인의 행태와 재정정책 수단들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행정학에서는 법률에 충실한 윤리적 관료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공공선택이론에서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경제인 관점에서 공공인들의 의사결정 행태를 설명한다. 합리적 의사결정 논리의 핵심기반이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내용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소득분배에서 제기되는 경제적 쟁점들을 정리하고 해석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미시경제학과 재정학의 논리에 기초했지만, 경제학의 관점과 차별화되는 행정학의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한 부분도 다수 있다. 현대 사회의 정부 의사결정에서 신고전경제학의 관점과 전제들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정부 행정에 도입된 신공공관리주의체제는 경제학과 경영학의 플랫폼에 기반한 것이다. 당시는 그것이 글로벌 표준이었고 정부혁신의 토대였다. 하지만 정부의 의사결정 논리와 행정의 플랫폼은 시대의 산물로서 환경변화에 따라 가변적이다.

과거의 플랫폼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도, 모든 것에 해답을 주지 않는다. 경영행정과 성과관리체계가 정착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 첫걸음에서 근대자본주의 복지국가를 형성했던 행정학의 관점과 정부실패 해결을 시도했던 신고전경제학의 관점에 대한 비판적 균형 인식이 중요하다.

이 책의 내용에서는 저자들의 관점에서 재해석을 시도한 부분들이 다수 있다. 저자들의 개인 편견에 따른 오류일 가능성도 열어둔다.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가능하다. 그동안 많은 쟁점들에 대해 함께 토론했던 선후배 동료 학자들께 감사드린다. 복잡한 문장들을 가독성 있게 교열해 주고 수식들도 꼼꼼히 교정했던 이채정 군의 수고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어려운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출판해 주신 윤성사 정재훈 사장님과 출판준비 과정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준 임직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20212

저자 씀

 

<차례>

1장 국가와 시장

1절 문제해결의 수단으로서 시장

1. 문제해결의 주체와 수단으로서 정부와 시장

2. 정부행정에서 시장주의 확산: 공공서비스 민영화

3. 시장과 합리성

4. 가격기구의 기능

2절 시장과 국가에 대한 선택 : 역사적 이원론

1. 인간 자유와 최적 자원배분을 보장하는 시장

2. 사회적 정의의 실천과 문제해결자로서 국가

3. 문제해결자에서 문제의 원인이 된 국가

3절 국가와 시장에 대한 균형 대안 찾기: 신제도주의

1. 글로벌 표준, 신자유주의 그러나

2. 새로운 대안으로서 신제도주의

3. 시장과 국가의 중간에서 균형 찾기

 

2장 시장의 구성과 자원배분

1절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의 균형

1. 시장의 수요와 수요곡선

2. 공급곡선과 공급의 법칙

3. 시장의 균형

2절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

1. 시장경제와 탄력성

2. 수요의 탄력성

3. 공급의 탄력성

3절 시장균형과 사회적 잉여

1. 소비자 잉여

2. 생산자잉여

3. 시장균형과 순사회편익

4. 정부의 시장개입과 효율성

4절 시장체제에서 재정정책의 정치경제

1. 소비자 지원 보조금의 자원배분

2. 보조금의 초과부담

3. 시장주의 정책의 거시적 확대: 수요정책과 공급정책

4. 시장주의에서 분배와 환경의 양립 과제

 

3장 수요자의 합리적 의사결정

1절 수요자의 선호와 효용

1. 소비자 주권 경제체제에서 상품의 가치

2. 효용가치론의 기본요소: 총효용과 한계효용

3. 아담 스미스의 역설: 한계효용과 상품의 가격

2절 무차별곡선과 효용의 측정

1. 무차별곡선과 한계대체율

2. 무차별곡선의 특징과 조건

3. 다양한 형태의 무차별곡선

3절 예산제약에서 합리적 소비자의 최적 선택

1. 예산선: 소비자의 예산제약

2. 합리적인 소비자의 선택: 효용극대화

3. 가격효과: 대체효과와 소득효과

4. 정상재, 열등재, 기픈재

 

4장 생산자의 합리적 의사결정

1절 생산자의 합리적 선택 1: 비용극소화

1. 총생산, 한계생산, 평균생산 그리고 한계생산체감

2. 등량곡선: 생산무차별곡선

3. 비용 극대화를 위한 생산자의 선택

2절 생산자의 합리적 선택 2: 이윤극대화

1. 수입과 비용

2.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생산량 결정

3절 생산자 의사결정 논리의 응용

1. 등량곡선과 사회투자의 정치경제

2. 비용극소화와 4차 산업혁명시대 소득보장

3. 이윤극대화와 수입극대화 선택, 그리고 정부실패

 

5장 시장과 경쟁

1절 시장에서의 경쟁과 시장의 유형

1. 문제해결 수단으로서 경쟁

2. 완전경쟁시장

3. 독점시장

4. 독점적 경쟁시장

2절 완전경쟁시장의 균형

1. 단기균형 1: 초과이윤 발생 상황

2. 단기균형 2: 손실 발생 상황

3. 장기균형: 정상이윤 지속 상황

3절 독점시장의 균형

1. 독점시장과 초과이윤

2. 독점시장과 사회적 후생손실

3. 독점이윤의 정치경제

4절 독점적 경쟁시장의 균형

1. 독점적 경쟁시장의 의사결정

2. 독점적 경쟁시장의 효율성

5절 과점시장의 균형

1. 과점시장과 전략적 의사결정

2. 굴절수요곡선

3. 카르텔시장

4. 가격선도이론

6절 시장이론의 정치경제

1. 시장친화적인 정책과 기업친화적인 정책

2. 카르텔 시장의 지속가능성

3. 수도권 독점에 대응하는 시장주의 지역균형개발 정책

 

6장 합리적 경제인의 게임과 전략

1절 게임이론과 기본조건

1. 합리적 경제인과 시장의 게임

2. 게임이론의 연혁

2절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공유재의 비극

1. 죄수의 딜레마와 우월전략

2. 공유재의 비극: 목동게임

3. 공공시설과 죄수의 딜레마

4. 죄수의 딜레마와 카르텔 붕괴

3절 죄수의 딜레마 관점에서 신사회위험

1. 다른 규범의 세계 하지만 사회적 가치의 소멸

2.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대응방식

3.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의 정치경제

 

7장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1절 시장실패의 준거 : 파레토 최적

1. 파레토 효율과 시장실패

2. 파레토 최적의 세 가지 조건

2절 시장실패: 후생경제학에서 정부개입의 정당성 근거

1. 시장의 성공과 실패

2. 시장실패의 유형

3. 시장실패에 대한 대응

3절 정부실패: 작은 정부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정부혁신

1. 정부실패의 정치경제

2. 울프의 정부실패 논의

3. 정부실패의 요인

4. 정부실패에 대한 대응

 

8장 정부의 재정기능과 재원배분

1절 정부의 재정기능

1. 재정기능 분류의 의의

2. 전통적인 정부재정기능 분류와 재원배분 원칙

3. 예산재원 배분에서 합리주의와 점증주의

4. 예산재원 배분의 거시적 접근

2절 부문인지적 예산배분과 중범위 합리성

1. 예산운동과 부문 인지적 예산배분 접근

2. 부문 인지적 예산접근의 특징

3. 사회운동으로서 예산 정치의 한계

3절 사회복지와 국가의 재정기능

1. 새로운 고민들, 복지 그 이상의 문제

2. 사회정책에서 정부재정 기능

3. 복지와 예산의 양립을 위한 재정정책의 과제

4절 사회투자와 예산배분

1. 사회투자정책과 재정 특성

2. 사회적 기반의 재원배분에 대한 투자적 접근

3. 사회투자정책과 국가재정체계

 

9장 공공서비스와 외부성

1절 공공서비스의 생산과 공급

1. 공공서비스와 공공-민간관계

2. 공공서비스의 유형

3. 지방공공서비스와 정부 간 재정관계

2절 지방공공서비스의 정치경제

1. 지방공공서비스와 재정분권

2. 지방공공서비스와 집합적 소비

3절 외부성과 공공서비스의 최적공급

1. 외부성과 시장실패

2. 정의 외부효과와 과소공급

3. 부의 외부효과와 과다공급

4. 부의 외부성을 내부화하기 위한 피구세

5. 외부성에 대한 코오즈의 정리

 

10장 공공선택이론

1절 공공선택론의 의의

1. 공공선택론과 행정학의 지적위기

2. 경제학에서 공공선택론: 뷰캐넌과 털럭

3. 행정학에서 공공선택이론: 오스트롬과 공유재 해법

2절 민주주의의 의사결정과 공공선택

1. 민주주의와 투표

2. 직접민주주의제도에서 의사결정

3. 다수결투표, 공공재의 효율성과 형평성

4. 다수결투표와 투표의 역설

3절 정치가와 관료들의 의사결정

1. 정치가(의회)의 의사결정

2. 관료(행정부)의 의사결정

4절 공공서비스의 과소공급과 과다공급

1. 공공서비스 과소공급

2. 공공서비스 과다공급

 

11장 비용편익분석

1절 비용편익분석의 역사와 정치경제

1. 비용편익분석의 전개 과정

2. 비용편익분석의 방법과 쟁점

3. 비용편익분석과 의사결정과정: 중립성과 가치지향성

2절 비용-편익분석의 기본 논리

1. 비용편익분석의 기본개념

2. 비용변제기간과 순평균수익률

3. 순현재가치와 내부수익률

3절 비용편익의 유형과 측정

1. 비용·편익의 유형

2. 비용·편익의 측정

3. 재무분석과 경제성 분석

 

12장 소득분배와 재정

1절 분배의 시대, 소득분배와 이전지출

1. 상수가 된 일자리 감소

2. 지금의 분배의 시대

3. 정부재정에서 이전지출의 유형

2절 소득분배의 출발 기준과 분배의 측정

1. 측정의 의의: 다양성과 격차 사이에서 균형

2. 소득분배의 측정

3. 소득의 불평등, 격차, 집중도 그리고 양극화

3절 소득분배 수단의 효율성

1. 소득보조

2. 가격보조

3. 특수한 현물보조의 부작용

4. 사회서비스에서 공급자 지원과 이용자 지원의 효율성

4절 기본소득의 효율성

1. 기본소득의 효율성 의의

2. 기본소득제도의 행정 효율성

3. 기본소득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쟁점

 

 

<저자 소개>

 

이재원

. 부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경제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과(행정학박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사회서비스학회 회장

한국지방재정학회 부회장

 

허형조

.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부경대 행정학과(행정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

미국 뉴욕대학교(행정학석사)

미국 시라큐스대학교(경제학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