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세계는 지금 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도시화, 고도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과학과 기술의 경계가 사라져버렸다. 기술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구성하는 생태계를 무차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에 풍요와 편리함에 기여한 것은 지대(至大)하다. 반면 과학기술에 힘입은 인간중심주의 문명 속에서 자연은 오로지 ‘물질’과 ‘자원’의 대상으로 타자화돼 인간 욕구 충족의 이기적 도구로 남용됐다. 그 후유증은 실로 상상을 초월했고 이를 통해 인류는 피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해 직면해 있다. 즉, 생태계의 교란, 자원의 고갈과 편제, 가용 에너지의 한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전염병의 창궐, 산성비, 미세먼지, 토양의 사막화, 생물 다양성의 파괴 등으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한마디로, 인류의 ‘생명’과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일궈 놓은 산업문명은 수백 년간 옳다고 여겨왔던 것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즉 최초로 자기 문명의 부정을 강요받고 있다. 또한, 현대인은 과학기술 문명의 중독에서 과학 메커니즘의 노예가 돼 기술 지배의 우상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워진 서구 근대화와 현대 문명의 불확실성에 대해 뮌헨대학의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오늘날 위험사회의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책은 오늘날 고도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위험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공동 과제를 숙고하되 그 초점을 ‘생명’과 ‘지속성’에 바탕을 둔 생태도시 건설을 제안한다. 이는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 간의 유기체적·전일적·일원적인 생태 중심적 패러다임이며, 일차원적 환경문제 해결의 수준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우주의 기운을 호흡하면서 우주의 생명과 지속성을 회복하자는 문명이다. 미래 문명은 공학적으로 설계된 고도 기술과 속박되지 않은 자연을 결합해 나가는 통제 불확실한 신생물학적

문명(neo-biological civilization)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특히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성장우선주의의 정책 기조하에 발전을 추구해 온 결과, 생명과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회색도시’로 가득 차고 말았다. 이는 도시 건설에 대한 환경계획이 부재하거나 변질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재 정부는 이를 착안해 도시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시철학의 부재로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 책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자본을 바탕으로 한 도시문명을 재설계해야 함을 강조하며, 나아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으로 생태도시(eco-city) 건설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은 총 3편으로 구성돼 있다. 제1편은 생태학과 생태도시의 이해, 제2편은 생태도시 접근 연구, 그리고 제3편은 한국 생태도시의 현재와 미래다. 

  제1편 제1장 ‘생태학에 대한 논의’에서는 도시철학에 바탕이 되는 생태철학과 생태자본, 그리고 생태문명의 패러다임 전환을 논의했다. 제2장 ‘생태도시론’에서는 생태도시의 이론적 고찰,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 특히 독일 생태도시 조성계획을 검토하고 그 시사점과 우리의 과제를 살펴봤다. 제2편은 5장으로 나눠, 제3장은 생태도시의 접근 연구로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시의 생태도시 건설 사례를 소개하고, 제4장은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는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Hamburg HafenCity)를 살펴봤다. 제5장에서는 미세먼지와 생태도시의 관련성, 제6장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태도시 그리고 제7장에서는 생태관광-문화도시 등을 다뤘다. 마지막으로 제3편의 8장은 한국의 미래 생태도시 전망으로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철학, 도시의 지역자본이 무엇이며,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자아실현(urban self-realization)이라는 맥락에서 그 방향을 모색했다.

  특히 이 책은 생태도시 건설이라는 범주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첫째,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서 탄생한 도시들, ‘생명’과 ‘지속성’을 상실한 회색도시의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생태철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시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둘째, 지난 정부부터 추진돼 온 녹색 뉴딜정책의 일환인 저탄소 녹색성장 도시재생 사업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생태도시 건설을 통한 환경 및 기후 문제의 해결과 나아가 녹색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셋째, 도시재생 및 생태도시 건설에 선진 전범(典範)인 독일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넷째, 성찰적 근대화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도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생태도시 건설의 전망을 고찰했다.

  이 책은 필자가 그동안 분야별로 연구한 논문 자료를 토대로 부분적으로 보완하면서, 좀 더 완성도를 높여 출간하게 됐지만 아쉬움도 많다. 학문적 궁구의 부족함 때문이다. 아직 이 책이 미숙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의 지도 편달을 바라며, 앞으로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완성도를 높여 후학들로부터 사랑받는 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부족한 재능에 인내함과 지적 영감을 부여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출판을 위해 애써 준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 함께하는 동행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21년 2월

土草 박길용

 

제1편 생태학과 생태도시의 이해

제1장 생태학에 대한 논의

제1절 생태철학 /

1. 서론 /

2. 생태철학의 이론적 논의 /

제2절 생태자본 /

1. 생태계의 질서 원리 /

2. 생태계의 파괴 /

3. 생태자본과 공생 /

제3절 생태문명 /

1. 산업문명의 한계와 위기 /

2. 문명의 전환: 생태문명을 향해 /

3. 결론 /

제2장 생태도시론

제1절 서론

제2절 생태도시의 이론적 고찰 /

1. 생태도시의 개념 논의 /

2. 생태도시의 개념 변화와 유형 /

3. 생태도시의 구조와 기능과 원칙 /

제3절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 /

1. 생태도시계획의 이해 /

2. 생태도시계획 과정과 방법 /

3.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수립 체계와 생태도시계획 /

4. 독일의 도시계획 수립 체계 /

제4절 독일 생태도시계획의 시사점과 우리의 과제 /

1. 생태도시계획 관점에서 양국의 한계점 /

2.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우리의 과제 /

제5절 결론 /


제2편 생태도시 접근 연구

제3장 생태도시 건설 사례

제1절 ‘보봉생태주거단지’ 개발 : 협력적 거버넌스 /

1. 서론 /

2. 협력적 거버넌스의 이론적 논의 /

3. 협력적 거버넌스의 참여과정 ‘분석의 틀’ /

4. ‘보봉생태주거단지’의 협력적 거버넌스 참여 과정 분석 /

5. 이론적·정책적 함의 /

6. 결론 /

제2절 리젤펠트의 생태신도시 건설 /

1. 개발 개요 /

2. 개발 배경 /

3. 개발 목표와 방향 /

4. 개발 방식 /

5. 개발 과정에서의 세부적 특징 /

6. '리젤펠트'의 생태도시 성공 요인과 시사점 /

제4장 생태도시와 도시재생

제1절 서론 /

제2절 도시재생의 이론적 고찰 /

1. 선행 연구의 검토 /

2.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쟁 /

제3절 도시재생 사례 ‘분석의 틀’ /

제4절 사례분석: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도시재생’ /

1. 사례 선정 이유 /

2. 사례의 개요 /

3. 사례분석 /

제5절 분석 결과의 정책적 함의 /

제6절 결론 /

제5장 미세먼지와 생태도시

제1절 서론 /

제2절 미세먼지의 발생과 현황 /

1. 미세먼지의 정의 /

2. 미세먼지 발생원과 생성 과정 /

3.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현황 /

제3절 미세먼지와 생명권 논의 /

제4절 생명권에 대한 책무성 /

1. 개인적 책무성 /

2. 사회적 책무성 /

3. 국가적 책무성 /

제5절 결론 /

제6장 기후변화와 생태도시

제1절 서론 /

제2절 기후변화와 생태도시의 상관성 /

1. 생태도시의 가치와 기후변화 /

2. 기후변화의 영향과 생태도시 /

3. 생태도시 건설을 위한 녹색성장의 당위성 /

제3절 생태도시 건설을 위한 기후변화 체제 이해 /

1. 기후변화 체제의 과정 이해 /

2. 생태도시 건설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

제4절 결론 /

제7장 생태관광과 문화도시

제1절 서론 /

제2절 생태관광의 이론적 고찰 /

1. 생태관광의 개념 논의 /

2. 생태관광 개념의 재해석 /

제3절 한국과 독일의 생태관광 현황 /

1. 한국의 생태관광 /

2. 독일의 생태관광 : 프라이부르크와 지몬스발트 /

제4절 우리의 새로운 생태관광 전략 모색 /

1. 양 국가의 생태관광 특징 /

2. 우리의 생태관광 전략 과제 /

제5절 결론 /


제3편 한국 생태도시의 현재와 미래

제8장 한국의 미래 생태도시 전망

제1절 서론 /

제2절 미래 생태도시 전망 /

1. 도시철학 : 진·선·미 /

2. 도시의 지역자본 : 자연-‘빔(虛)’ /

3. 도시의 자아실현 : ‘생태도시’ /

제3절 결론 /


박길용

세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1996~ )이자 사단법인 한국녹색정책연구소 대표이사(소장)다.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환경정책연구로 행정

학 박사학위(1994. 2)를 받았다. 그 후 독일 학술교류재단(DAAD) 초청 장학금으로 독일 슈

파이어(Speyer)국립행정대학교 연구원, 튀빙겐(Tübingen)대학교 법학부 연구교수로 EU 및

독일 환경정책을 연구했고, 환경부 환경규제개혁추진단 위원, 한독사회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단독 저서로 『생태자본과 공생행복』(2019), 『현대 환경학: 정책·문명·생명사

상』(2014, 개정판), 『공존의 역사짓기』(2012), 역서로 『현대 환경사상의 기원』(2008) 등이 있고

대표 논문으로 “한·동 비교 생태도시에 대한 연구(Eine Studie zur Stadtplanung einer Ecocity

mit Schwerpunkt auf Vergleich zwischen Deutschland und Korea)”(2013)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