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사회계약론』(1762) 본문에서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어디서나 사슬에 묶여 있다”고 포문을 연 지 26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공정(불평등)’의 문제로 금권의 쇠사슬에 묶여 있다. 국제연합(UN)뿐 아니라 각종 국제단체의 경제·사회 관련 통계 지표(본문 내용 참조)에 따르면, 영국·미국·프랑스 등 자유 민주주의 진영이나 독일·스웨덴 등 사회민주주의 진영, 중국 등 공산주의 진영이나 자본주의 자체 내 모순인 잉여 생산의 독점 현상을 피하지 못해 기득권층의 금권(金權)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부(富)의 독점’ 현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어 왔던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산업혁명 이후 작금에 이르기까지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이에 대해 학문적으로 “근현대사에 전개된 서양의 사상사가 구현한 국가 시스템이 ‘공정’을 얼마나 구현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피케티(Thomas Piketty)의 연구(본문의 ‘영국과 프랑스의 250여 년간 소득 불평등 추이 분석’ 참조)에 따르면 ‘불평등’ 정도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심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명예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으로 시작한 근현대 민주주의 체제가 시민의 경제적·사회적 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켜 왔다면 인류가 추구해 온 이념과 철학을 현실 세계에 받아들일 때 결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더욱이 20세기부터 대두한 핵 문제와 기후 변화 문제, 21세기 들어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humanoid)의 파급력은 전문가들마저 ‘인류의 종말’을 걱정할 정도에까지 이르고 있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행복을 다루는 학문인 복지(福祉: 행복 福+행복 祉) 영역에서 ‘불평등’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고 융합론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거시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불평등’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에서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른바 ‘한국병(저출산, 고자살, 낮은 삶의 만족도)’으로 인해 국가의 존망을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의 구성원이자 학자로서 무언가 진지하게 고민해 원인을 찾아내고 일말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윤성사와 첫 번째 책의 출판 계약을 맺은 날이 43번째 생일이었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50번째 생일에 가까워 네 번째 책의 머리말을 작성하니, 문득 이상에서 언급한 어려운 세상에 태어나 살아 있는 모든 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정재훈 대표님과 감수를 봐주신 정회윤 교수님, 김영재 박사님, 이제은 박사님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동시에 학장실에 걸려 있는 등 뒤의 사진에서 이 책의 집필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동료 교수(첫 번째 머리말을 쓸 당시 귀천한)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거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 땅의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글을 남길 수 있다면, 이 책의 소명은 다하리란 기대와 함께 『복지국가와 한국 사회』로의 여정을 떠나 본다.
2024년 12월
견진만
<차례>
제1편 복지국가의 의미: “마샬의 복지론(1950)”을 중심으로
제1장 경제와 복지국가
제2장 정치와 복지국가
제3장 사회와 복지국가
제2편 선진 복지국가의 유형과 특성: “에스핑-앤더슨의 유형론”(1990)을 중심으로
제4장 시장 지향 복지국가
제5장 시민 지향 복지국가
제6장 사회 지향 복지국가
제3편 한국의 정권별 복지 특성: “그람시의 시민론”(1995)을 중심으로
제7장 이승만·장면 정권과 복지: ‘근대화기’와 민주성 태동
제8장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복지: ‘산업화기’와 민주성 퇴보
제9장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과 복지: ‘민주화기’와 민주성 발전
제10장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권과 복지: ‘선진화기’와 민주성 정착
제4편 선진 복지국가와 한국 사회: “샌델의 정의론”(2009)을 중심으로
제11장 지표상으로 본 한국 사회: 한국형 ‘선진화’의 함정
제12장 공정의 가치로 본 한국 사회: 비판적 ‘공동체주의’ 고찰
제13장 선진 복지 한국의 나아갈 방향: ‘복지화기’와 민주성 성숙
<저자 소개>
견진만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복지정책론, 행정문화론, 행정조직론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위기의 한국사회 진단』(2017), 『복지국가와 사회』(2017), 『융합의 시야로 본 사회과학』(2020)이 있다. 주요 관심사는 복지국가론, 다문화,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이고, 이와 관련한 논문들을 다수의 국제 전문학술지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