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 책은 거창한 기획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두 학자가 마주 앉아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이 되어 가는 풍경, 그리고 그 기술들이 어느새 치안과 형사사법 체계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 시작이었다. 서로 다른 학문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대화는 뜻밖에도 같은 질문으로 수렴되었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인간의 일을 더 많이 대신하고 있는데, 그만큼 인간의 판단과 책임은 어디에 놓이게 되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이 질문은 이후 여러 편의 공동 연구로 이어지며 점차 구체성을 띠게 되었다. 인문학의 시선은 기술이 인간의 정체성과 윤리에 남기는 흔적을 살폈고, 범죄학의 시선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형사사법 체계 안에서 드러내는 제도적 한계와 책임의 공백을 짚어냈다. 이러한 논의들이 축적되면서, 흩어진 사유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술을 둘러싼 논의를 찬성과 반대의 구도로 나누기보다는 인간과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고 통제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묻고자 했다. 치안 영역에서의 기술 활용은 이제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 위에서 운용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 책은 그 질문 앞에서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독자와 함께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원칙 아래 구성되었다.

  첫째, 이 책은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지닌 두 연구자의 협업, 즉 학제 간 콜라보레이션의 결과이다. 하나의 주제를 인문학적 사유와 범죄학적 분석이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교차 조망함으로써, 기술 논의가 단선적인 평가에 머무르지 않도록 했다. 인문학은 인간 정체성과 윤리의 문제를 성찰하고, 범죄학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형사사법 체계에서 작동할 때 발생하는 제도적·법적 쟁점을 분석한다. 이러한 융합적 구성은 기술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목표로 한다.

  둘째, 이 책은 총 일곱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로봇과 인공지능을 둘러싼 치안 논의를 단계적으로 심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 변화에서 출발해, 형사사법 체계에서의 기술 도입 배경과 윤리·책임 문제를 다루고, 나아가 범죄예측과 감시 사회의 위험성,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마지막에는 사례와 영화를 통해 기술 시대의 인간성을 다시 묻게 한다. 각 파트는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셋째, 이 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고와 토론을 촉진하는 학습 장치를 핵심 요소로 삼았다. 각 장의 ‘정리하기’는 핵심 논지를 구조적으로 제시하고, ‘생각해 보기’는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토론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의가 암기가 아닌 지속적인 성찰의 과정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기술을 치안의 만능 해법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로봇은 순찰할 수 있지만, 정의의 기준을 스스로 설정할 수는 없다. 결국 기술의 활용 방식은 인간의 판단과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

  이 책이 독자에게 완결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술 시대의 치안과 정의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연구자와 실무자, 그리고 시민들이 기술과 공존하는 사회안녕의 조건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존중하고 학제 간 융합이라는 도전을 기꺼이 함께해 준 윤성사 정재훈 대표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세심한 기획과 전폭적인 지원덕분에, 이 책은 학문적 논의를 넘어 이 시대가 던지는 질문을 차분히 담아낼 수 있었다.

2026년 2월, 사유의 출발점에서

저자 일동

 

<차례>

제1편 기계적 타자의 등장

제1장 인간의 기계화, 기계의 인간화 

1. 인간 자존심에 가해진 세 가지 거대한 충격 

2.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 

3. 인공지능의 개념과 발전 

4. 알파고와 AI 시대의 도래 

5. 산업혁명과 인문학의 역할 

 

제2장 형사사법 체계에서 로봇이 필요한 이유 

1. 범죄의 변화와 로봇 필요성 

2. 112 신고 시스템과 범죄정보 관리 

3. 과학수사와 로봇의 역할 

4. 스마트 법정과 교정시설 

 

제2편 인공지능의 도덕성

제3장 인공지능의 윤리적 책임을 어떻게 볼 것인가? 

1. 트롤리 딜레마와 AI 윤리 

2. AI의 편향성 문제 

3. 문제 극복을 위한 대안과 로봇공학 법칙 

4. 범용 인공지능과 도덕적 지위 

5. 로봇의 법적 인격권 

 

제4장 로봇에게 범죄의 책임이 있는가? 

1. 범죄의 성립 요건과 로봇 문제 

2. 범죄학적 시각: 고전주의와 실증주의 

3. 자율 주행 자동차와 법적 책임 

4. 동물·기업 책임과 로봇 책임 비교 

5. 트롤리 딜레마와 AI 의사결정의 규범적 문제 

 

제3편 범죄예측과 인간예측

제5장 범죄예측의 시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1. 범죄예측과 시스템의 구조 

2. 소수의 보고와 미래의 복수성 

3. 감시 사회와 아이-덴티티 

4.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딜레마 

5. 기계론적 이데올로기와 인간의 위치 

 

제6장 범죄예측 기술은 범죄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1. 범죄예측의 목적과 필요성 

2. 범죄예측의 유형: 범죄 발생 지역 예측과 범죄자 예측 

3. 범죄예측 프로그램의 실제 사례 

4. 범죄예측 기술의 문제점과 고려사항 

 

제4편 가상과 현실 사이

제7장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일까? Ⅰ 

1. 기억의 본질과 조작 가능성 

2. 영화 『토탈 리콜』에 나타난 기억 조작 

3. 대체현실의 문제와 윤리적 쟁점 

 

제8장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일까? Ⅱ 

1. 딥페이크 기술과 사회적 위험 

2. 디지털 성범죄와 법적 대응: 국내외 사례 및 과제 

 

제5편 현대 사회의 빅브라더

제9장 페이스북 중독의 정치학 

1. 페이스북의 성장과 지배 

2. SNS 중독의 메커니즘 

3. 스마트 권력의 등장 

4. 파놉티콘 

5. 빅브라더의 귀환 

6. 디지털 파놉티콘 

 

제10장 디지털 시대의 빅브라더 그리고 범죄 통제와 자유 

1. 벤담의 파놉티콘과 감시의 철학 

2. 정보사회와 디지털 파놉티콘 

3. 국가 감시의 제도화 

4. CCTV와 범죄통제의 명암 

5. 감시와 역감시의 가능성 

 

제6편 사회의 안녕과 인간

제11장 포스트휴먼 시대: ‘Almost Human’ 

1.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관계 

2. 특이점과 포스트휴먼의 등장 

3. 드라마 『올머스트 휴먼』과 포스트바디 

4. 영화 『가타카』와 인간향상 

5.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6. 포스트휴먼 시대의 과제 

 

제12장 사회 안녕을 책임지는 자는 누구인가 

1. 사회안녕과 치안기술의 발전 

2. 로봇의 심판, 로봇 판사 시대 올까? 

3. 법적·정책적 대응과 인공지능 규제 

4. 기술 기반 사회안녕의 방향과 책임 

 

제7편 로보캅의 시대

제13장 로보캅, 기계와 인간 사이 

1. 로보캅, 인간인가 기계인가 

2. 「드레퓌스법」과 기계의 윤리 

3. 자본주의와 인간의 상품화 

4. 인간과 기계의 대립 구도 

5. 인간성의 회복과 주체성의 문제 

6. 트랜스휴먼적 상상력과 인간의 욕망 

 

제14장 현실 속의 로봇 경찰을 꿈꾸며 

1. 경찰 조직의 역사와 순찰의 의미: 통제에서 서비스로

2. 우리나라 경찰의 역사와 오늘날 경찰 활동의 확대 

3. 국가경찰 조직의 기본 원리와 경찰의 임무 

4. 경찰의 기본 이념과 윤리: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판단 

5. 로봇 경찰 공존 시대의 바람직한 경찰상 

6. 로봇 경찰과 미래 치안의 과제 

 

<저자 소개>

김문주

• 명지대학교 영미문예학과 졸업(문학사)

•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사(문학 석사)

•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어영문학과 박사(문학 박사)

• 前 부천대학교 교양과 겸임교수

• 前 명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시간강사

• 前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시간강사

• 前 한세대학교 교양학부 시간강사

•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 현 한국사회안전범죄정보학회 이사

• 현 가톨릭관동대학교 베룸교양대학 부교수

[주요 논문]

- 감시 자본주의 우화로 『블레이드 러너』(1982) 읽기, 2025.

- 무전공 시대의 교양교육: 인문 콘텐츠의 역할, 2025.

- 영화 『로보캅』(2014) 연구: 새로운 형태의 인간 주체성 확립의 시대, 2024.

- 챗GPT를 활용한 대학 교양영어 수업방법 연구: 학습능력이 상이한 학생집단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수업구성 방안, 2024.

- 권력범죄양상으로서의 기억조작-영화 『토탈 리콜』 분석, 2023.

- 유튜브를 활용한 대학 인문교양 수업의 실제, 2023.

- 동영상을 활용한 비대면 교양 영어 수업의 플립러닝 사례연구, 2022.

-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사회-<오징어 게임>, 2021.

- 대중문화 콘텐츠에 나타난 감시와 통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분석을 중심으로, 2021.

- COVID-19 환경에서 대학 교양영어 수업의 디자인과 운용 연구 2021.

- 대학 교양영어 플립러닝 사례 연구: 협업을 바탕으로 한 수업설계를 중심으로, 2021.

- 영화 『아이, 로봇』에 나타난 로봇의 의인화와 살인, 2021.

- 코로나 시대에 동영상 강의를 활용한 온라인 인문교양 수업의 실제, 2021.

-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문융합 교육의 실제, 2020.

- 영화 『폭스 캐처』에 나타난 아버지의 부재와 살인, 2020.

- 고전희곡을 활용한 인문교양 수업의 실제, 2020.

- 영화 <기생충>에 나타난 냄새의 타자성, 2020. 외 다수

 

신현주

•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졸업(경찰학사)

• 광운대학교 대학원 범죄학과 석사(범죄학 석사)

• 광운대학교 대학원 범죄학과 박사(범죄학 박사)

•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정책자문위원

• 경찰간부후보생, 순경입직시험 출제위원, 면접위원

• 경비지도사 시험 출제위원

• 한국범죄심리학회 총무위원장

• 한국사회안전범죄정보학회 편집위원

• 한국소년정책학회 편집위원

• (사)한국범죄학회 편집위원

• 현 가톨릭관동대학교 경찰학부 부교수

[주요 논문]

- AI기반 아동 성 착취 피해자 진술지원 시스템의 성인지감수성 확보를 위한 이론적 고찰-경찰의 2차 피해 예방 역량 향상을 중심으로, 2025.

- 강원특별자치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조직 개편에 관한 연구, 2025.

-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폭력 피해 영상물에 대한 유포불안이 범죄예방행동에 미치는 영향: 위험인식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2024.

- 경찰공무원의 직무스트레스와 직무소진에 관한 연구-강원특별자치도 A경찰서 경찰공무원을 중심으로, 2023.

-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상담자의 소진경험, 2023.

-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및 회복 방안에 관한 연구, 2022.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방향, 2021.

- 청소년의 성의식과 디지털성범죄에 관한 연구-양가적 성차별주의를 중심으로, 2021.

-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21.

- 직장 내 가스라이팅 피해 및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 2021.

-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의 잠재적 성착취 과정 분석과 정책과제, 2020.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