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머리말>

인간 행동의 이해와 넛지

  초판 발행 후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교재로 강의를 하면서 오류가 있어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확인됐고, 그 당시 주요 참고 자료였던 저서들도 개정됐으며 행동경제학 분야의 연구 성과들도 지속적으로 축적돼 왔다. 그러한 연구 성과를 반영한 개정판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주변의 요청과 기대를 수용해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개정판에서도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한 초판의 틀 –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행동경제학의 이해, 넛지 방식의 정책 개입과 그 적용, 행동경제학의 경제학적 응용 - 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개의 장(제7장, 제10장)에서는 초판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해 내용의 풍부함을 도모했다. 동시에 발견된 오류를 수정함으로써 책 전반의 완결성을 높였다.

  먼저, 추가된 장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7장에서는 인간의 판단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로 인지적 편향(제6장) 외에 판단에서의 소음(noise)을 한 개의 장에 할애해 살펴봤다. 소음은 통계학적 의미에서 분산에 해당하는, 판단에서의 오차다. 여기서는 소음의 개념에 대한 정의, 소음의 유형,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나눠 서술했다.

  현실의 인간인 ‘휴먼’의 판단 과정에는 다양한 소음이 개입할 수 있다. 소음은 크게 체계적 소음(system noise)과 상황 소음(occasion noise)으로 구성된다. 체계적 소음은 다시 수준 소음(level noise)과 패턴 소음(pattern noise)으로 나뉜다. 수준 소음이란 평가자의 특성에 따라 그 차이가 발생하는 판단의 오차를 의미한다. 평가자가 관대한 사람인지 엄격한 사람인지에 따라,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판단의 오차를 의미한다. 패턴 소음은 평가 대상의 특성 차이로 인해 평가자가 누구든 간에 평균적으로 높은 점수나 낮은 점수를 받을 때 개입되는 소음을 말한다. 즉, 패턴 소음은 피평가자의 특성 차이로 발생하는 평가상의 오차다. 상황 소음은 판단자의 기분, 분위기, 기온, 배고픔의 정도 등 우연한 요인에 의해 평가가 달라지게 되는 소음을 말한다. 판단이나 평가에 개입하는 다양한 소음을 줄일 수 있으면 판단과 선택에서의 오류를 줄여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제10장에서는 ‘슬러지(sludge)’를 다룬다. 넛지는 비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해 개선된 방향으로 이끄는 간접적·유도적 정책 개입이다. 넛지와 달리 슬러지란 정책 과정에 끊임없이 개입되는 과도한 절차나 문서,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규칙, 사람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감춰진 속성(shrouded attribute) 등을 말한다. 이 장에서는 슬러지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슬러지가 발생하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또한 그러한 사례들에서 슬러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한다. 슬러지가 적을수록 좋은 넛지다.

  이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부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철학, 뇌과학, 진화생물학, 인지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밝혀낸 인간의 특성이 어떠한지를 살펴본다. 또한 사회 내의 존재로서 문화와 사회규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인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복잡한 인간의 특성을 조명한다(문화와 개인에 대해서는 제7장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 제2부는 행동경제학의 전반을 소개하기 위해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제3장부터 제8장까지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3장에서는 행동경제학에서 밝혀낸 시스템 1(자동 시스템)과 시스템 2(숙고 시스템)라는 두 가지 판단 체계를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 특성을 설명한다. 제4장에서는 현실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휴리스틱을, 제5장에서는 이러한 휴리스틱의 작용으로 인해 판단과 선택에 개입하는 몇 가지 인지적 편향을 다룬다. 점화 효과, 프레이밍 효과, 손실 회피 편향, 현상 유지 편향, 심리 계정, 확증 편향 등이 대표적인 인지적 편향의 예에 해당한다. 제6장에서는 행동경제학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살펴본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현재 상태를 기준점(reference point)으로 삼아 그 이상을 이익 구간, 그 이하를 손실 구간이라고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크기에 대해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이 2배 이상이기 때문에 손실 회피 편향이 작용한다. 개인의 의사결정은 객관적 확률보다 심리적 확률인 의사결정 가중치(decision weight)에 기반해 이뤄진다. 또한 이익 구간인지 손실 구간인지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위험 기피 혹은 위험 선호)가 달라진다. 제7장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에 착안해 문화가 개인의 삶과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제8장은 시스템 1이 먼저 작동하는 ‘현실 속의 인간’이 판단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소음(noise)을 다룬다. 소음의 의미와 유형, 감소 전략이 주요 내용이다.

  제3부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행동경제학에서 밝혀낸 인간의 특성에 근거해서 개인의 삶과 사회를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넛지’ 방식의 정책 개입과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제9장에서는 정책 개입으로서의 넛지 방식이 취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라는 정치철학적 입장을 살펴본 후, 넛지 방식의 정책 개입을 설계하는 선택 설계자의 역할과 선택 설계의 원칙을 함께 다룬다. 제10장은 넛지 방식의 정책 개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다양한 슬러지에 대해 살펴본다. 슬러지의 의미, 슬러지가 발생하는 몇 가지 예시적 사례, 슬러지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나눠 들여다본다. 제11장은 넛지 방식의 정책 개입이 이뤄지는 다양한 사례를 다룬다. 저축의 증대, 장기 기증의 활성화, 환경 문제의 개선, 질병 및 빈곤의 퇴치, 부정부패의 통제를 위한 행동경제학적 정책 개입과 그 효과를 살펴본다.

  제4부이자 마지막 장인 제12장에서는 행동경제학에서 밝혀낸 인간의 비합리성과 전망이론에 기초할 경우, 주류경제학의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지, 행동경제학의 연구 성과를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소비자의 소비 행위, 불확실성하에서의 소비자 선택, 기업의 공급 행위, 불확실성하에서의 기업 행동, 노동 수요와 노동 공급으로 나눠 서술한다.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학술 부문 세종도서로 선정되는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던 책이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어려운 출판환경 속에서도 개정판의 출간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윤성사 정재훈 대표와 편집진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6년 8월

태종대가 보이는 연구실에서

저자 씀

 

<차례>

제1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1장 인간의 특성_ 26

 Ⅰ. 인간의 이성과 감정

 Ⅱ. 인간의 이기성과 이타성

 Ⅲ. 인간의 공정성과 사회성

 Ⅳ. 인간의 합리성과 비합리성

 

2장 진화생물학, 뇌과학, 그리고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인간

 Ⅰ. 진화생물학이 밝혀낸 인간

 Ⅱ. 뇌과학이 밝혀낸 인간

 Ⅲ.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인간

 

제2부 행동경제학의 이해

3장 인간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인지 구조

 Ⅰ. 두 가지 시스템

 Ⅱ. 이콘과 휴먼

 

4장 다양한 휴리스틱

 Ⅰ. 가용성 휴리스틱

 Ⅱ. 대표성 휴리스틱

 Ⅲ. 감정 휴리스틱

 Ⅳ. 앵커링 효과

 Ⅴ. 다양한 휴리스틱의 응용 사례: 위험 시설 관련 공공정책

 

5장 인지적 편향

 Ⅰ. 점화 효과 및 후광 효과, 프레이밍 효과

 Ⅱ. 손실 회피 편향과 기준점, 현상 유지 편향, 현재 중시 편향

 Ⅲ. 소유 효과와 심리 계정

 Ⅳ. 쌍곡선 할인율

 Ⅴ. 확증 편향

 

6장 전망이론

 Ⅰ. 전망이론의 의의

 Ⅱ. 의사결정 가중치

 Ⅲ. 네 국면 패턴

 

7장 문화와 인간

 Ⅰ. 문화의 의미

 Ⅱ. 문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Ⅲ. 문화 개념의 응용 사례

 Ⅳ. 문화의 변화 가능성

 

8장 판단에서의 소음

 Ⅰ. 편향과 소음

 Ⅱ. 소음의 유형

 Ⅲ. 소음 줄이기

 

제3부 넛지 방식의 정책 개입과 그 적용

9장 정책 개입으로서의 넛지

 Ⅰ.넛지의 의의

 Ⅱ. 선택 설계자의 역할

 Ⅲ. 선택 설계의 원칙

 

10장 슬러지

 Ⅰ. 슬러지의 의의

 Ⅱ. 슬러지가 발생하기 쉬운 다양한 사례

 Ⅲ. 슬러지 줄이기

 

11장 넛지를 활용한 정책 개입

 Ⅰ. 저축과 소비

 Ⅱ. 장기 기증의 활성화

 Ⅲ.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한 선택 설계

 Ⅳ. 빈곤 및 질병 퇴치

 Ⅴ. 부정부패의 통제

 

제4부 행동경제학의 경제학적 응용

12장 행동경제학의 경제학적 응용

 Ⅰ.비합리성의 주요 내용

 Ⅱ. 주류경제학에의 적용

 

<저자 소개>

강은숙

국립한국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지심리학, 뇌과학, 진화생물학에서 밝혀낸 인간 행동에 관심이 많다. 이에 기초해 공공정책을 통한 사회의 개선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주요 연구 분야는 환경정책, 행동경제학, 지방자치 등이다. 『AI와 인간의 판단』(2025),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의 탄소 감축 효과: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산업을 중심으로」(2023), 『대니얼 카너먼』(2023), 『환경정책의 이해: 규제에서 넛지까지』(2022), 「원자력에너지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방식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접근」(2018), 『새한국정부론』(2018), 『엘리너 오스트롬, 공유의 비극을 넘어』(2016)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김종석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부 명예교수이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경제이론 및 게임이론, 사회 현상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분석 및 설명, 경제 현상에 대한 미시경제학적 설명 등이다. 주요 논문 및 저서로는 『AI와 인간의 판단』(2025),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의 탄소 감축 효과: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산업을 중심으로」(2023), 『대니얼 카너먼』(2023), 『환경정책의 이해: 규제에서 넛지까지』(2022), 『엘리너 오스트롬, 공유의 비극을 넘어』(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