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정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 선택이다. 그러나 시민에게 정책은 언제나 명확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정책은 법령, 예산, 계획, 조직, 사업, 규제, 서비스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시민이 정책을 처음 접하는 방식은 대개 하나의 이름, 하나의 표현, 하나의 문장이다. 정책이 시민에게 이해되고 판단되며 수용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그것을 어떻게 부르고 설명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책명칭은 단순히 정책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정책명칭은 정책의 목적, 대상, 수단, 가치, 기대효과를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공공언어이다. 시민은 정책명칭을 통해 정책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자신과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먼저 판단한다. 따라서 정책명칭은 정책대상자의 인지와 태도, 정책이미지와 정책수용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책명칭은 정책학의 독립적인 분석대상으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했다. 정책명칭은 주로 정책홍보, 정책PR, 프레이밍, 브랜딩, 상징정치의 일부로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접근은 정책명칭이 시민의 인식과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기여했지만, 정책명칭이 정책과정 안에서 어떤 지위를 갖고, 시민의 반응을 통해 정책내용의 수정과 변경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 책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책명칭을 정책학의 새로운 이론적 실마리로 제시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정책명칭은 정책대상자가 인지하는 상징적 체계이자, 공공의 견해와 태도에 비추어 정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변경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 매개체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책명칭은 정책의 외부에 덧붙는 장식이나 홍보문구가 아니다. 정책명칭은 정책이 사회적으로 이해되고 수용되는 첫 번째 언어적 관문이며, 정책공급자와 정책수요자 사이에서 의미, 판단, 태도, 수용, 저항, 환류를 연결하는 과정적 장치이다. 따라서 정책명칭을 분석한다는 것은 정책의 이름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의미화되고 정당화되며 변화하는가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 책은 전체 3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정책명칭이론의 기초와 이론적 지위를 다룬다. 제1장은 정책명칭 연구가 왜 필요한지, 정책명칭이 정책학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제기하는지, 그리고 이 책이 어떤 연구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지를 설명한다. 정책의 추상성, 지방정부 현장의 갈등과 저항, 정책명칭의 실재화 기능, 정책수용의 첫 관문으로서 명칭의 역할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제2장은 정책명칭 연구의 계보와 논쟁을 검토한다. 정책언어, 정책이미지, 상징정치, 프레이밍, 정책PR, 공공커뮤니케이션, 정책브랜드화 연구가 정책명칭 연구에 어떤 이론적 자원을 제공하는지 살펴본다. 동시에 기존 연구가 정책명칭을 주로 포장, 홍보, 이미지 관리, 프레임 설정의 수단으로 다루어 온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통해 정책명칭 연구가 기존 연구의 성과를 계승하되, 독자적 연구영역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제3장은 정책명칭이론의 이론적 지위를 본격적으로 정리한다. 정책명칭이 정책과정론, 정책수용성, 규범적·제도적 내면화 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검토하고, 정책명칭의 개념과 구성요인을 체계화하였다. 특히 인지, 언어표현, 정책형상, 태도의 네 가지 구성요인을 중심으로 정책명칭의 작동방식을 설명했다. 또한 정책명칭이 정책공급자와 정책수요자 사이에서 정보전달, 의미해석, 태도 형성, 정책수용, 정책저항, 정책환류를 매개하는 과정을 논의했다.

  제2부는 정책명칭의 효과와 사례분석을 다룬다. 제4장은 사례분석을 위한 분석 틀과 연구방법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정책명칭을 인지, 언어표현, 정책형상, 태도의 네 요인을 기준으로 분석하고, 명칭 변경과 정책내용 변화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설명했다. 또한 국내외 사례를 비교하기 위한 사례선정 기준, 자료수집방법, 분석절차, 비교 전략을 정리했다.

  제5장은 국내 정책명칭 사례를 분석한다. 무상급식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으로의 가치확장, 청년수당에서 청년활동지원금으로의 정당화, 생활보호제도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의 권리보장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각 사례는 정책명칭이 시민의 인지와 태도, 정책형상과 수용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명칭과 정책내용의 정합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분석했다.

  제6장은 국외 정책명칭 사례를 분석한다. Affordable Care Act와 Obamacare, Global Warming과 Climate Crisis, Estate Tax와 Death Tax 사례를 중심으로 공식 명칭, 비공식 명칭, 담론명칭, 정치적 별칭이 정책수용과 정책저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국외 사례는 정책명칭이 정책을 설명하는 언어일 뿐만 아니라, 정책을 공격하고 방어하며 재구성하는 정치적·담론적 매개체임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정책명칭이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국제적·비교정책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분석대상이 될 수 있음을 논의했다.

  제3부는 정책명칭이론의 적용과 전망을 다룬다. 제7장은 정책설계와 정책명칭 전략을 제시한다. 정책명칭은 정책설계의 마지막 단계에서 붙이는 이름이 아니라, 정책문제 정의와 정책목표 설정 단계부터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설계요소이다. 이에 따라 정책명칭의 사전 설계 지침, 갈등관리와 명칭 전략, 정책브랜드화와 명칭의 관계, 명칭-내용 정합성의 실천적 중요성을 논의했다.

  제8장은 정책명칭 효과 평가와 향후 연구과제를 다룬다. 정책명칭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설문조사와 실험설계, 언론보도와 온라인 담론 분석, 소셜미디어와 검색 데이터, 텍스트마이닝과 감성분석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또한 복지정책, 환경·기후정책, 조세·규제정책 등 정책 분야별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고, 정책과정 연구 및 다층 거버넌스 연구와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끝으로 정책명칭이론이 상징적 체계, 상호보완적 매개체, 정책과정의 언어적 제도라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논의했다.

  이 책은 정책명칭이 모든 정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명칭이 아무리 긍정적이고 시민친화적으로 설계되더라도 실제 정책내용, 집행방식, 절차적 정당성, 정책성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정책명칭은 오히려 불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명칭의 핵심은 좋은 단어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정책의 실제 내용과 얼마나 정합적인지, 시민의 경험과 판단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그리고 정책과정의 환류를 통해 정책내용의 보완과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있다.

  이 책이 정책학 연구자와 학생들에게는 정책을 바라보는 새로운 분석시각을 제공하고, 정책실무자에게는 정책명칭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데 필요한 실천적 기준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지방정부 현장에서 갈등정책, 복지정책, 환경정책, 청년정책, 조세·규제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정책명칭이 단순한 홍보문구가 아니라 시민과 정책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공언어임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부족한 점은 많겠지만, 이 책이 정책명칭 연구의 출발점을 넓히고 향후 더 많은 이론적·실증적 논의를 촉진하는 작은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정책명칭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선후배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글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적·시간적·심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내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세심하게 살펴 주시고 지원해 주신 도서출판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비판과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정책명칭 연구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2026년 11월

서인석

 

<차례>

제1부 정책명칭이론의 기초와 이론적 지위

제1장 서(緖): 정책이론의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서

제1절 정책명칭, 왜 필요한가?

제2절 정책명칭 연구의 학문적 공백

제3절 연구질문과 이 책의 구성

 

제2장 정책명칭 연구의 계보와 논쟁

제1절 정책언어 및 정책이미지 연구의 전통

제2절 상징정치와 프레이밍 이론

제3절 정책브랜드화와 공공커뮤니케이션 연구

제4절 기존 연구의 한계와 비판적 검토

제5절 이 장의 종합: 계보에서 독자적 연구영역으로

 

제3장 정책명칭의 이론적 지위

제1절 정책학에서의 정책명칭의 위치

제2절 정책명칭의 개념 정의와 구성요인

제3절 정책명칭의 매개적 역할

제4절 이론적 기여와 과제

 

제2부 정책명칭의 효과와 사례분석

제4장 분석 틀과 사례지향적 접근

제1절 사례연구의 목적과 의의

제2절 분석 틀: 네 가지 구성요인과 인과경로

제3절 연구설계와 자료수집방법

제4절 사례선정 기준과 비교 전략

제5절 분석절차와 종합

 

제5장 국내 사례분석

제1절 분석의 방향

제2절 From 무상급식 To 친환경 무상급식

제3절 From 청년수당 To 청년활동지원금

제4절 From 기초생활보장제도 To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제5절 종합 논의: 공통점과 차이점

 

제6장 국외 사례분석

제1절 From Affordable Care Act To Obamacare

제2절 From Global Warming To Climate Crisis

제3절 From Estate tax To Death tax

제4절 종합 논의: 공통점과 차이점

 

제3부 정책명칭이론의 적용과 전망

제7장 정책설계와 정책명칭 전략

제1절 정책명칭의 사전 설계 지침

제2절 갈등관리와 명칭 전략

제3절 정책브랜드화와 명칭

제4절 이 장의 종합

 

제8장 정책명칭 효과 평가와 연구과제, 그리고 이론적 정향

제1절 명칭 효과 측정 방법론

제2절 빅데이터•여론조사 기반 명칭 연구

제3절 정책 분야별 적용 가능성과 한계

제4절 정책과정 연구와의 융합

제5절 다층 거버넌스 시대의 명칭 효과

제6절 향후 연구과제와 정책적 함의

 

<저자 소개>

서인석(徐寅錫)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성결대학교 행정학부에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책명칭, 지방정부 사회자본, ESG, 탄소중립, 연구방법론 등이다. 최근 주요 논문으로는 “정책명칭, 상징, 그리고 수용”(2014), “Local Social Capital and Low Fertility in Seoul: A Fuzzy-Set Analysis of Social Enterprises and ESG”(2026), “Localizing carbon neutrality policy for climate crisis management”(2026), “Where Do We Stand on Energy Justice?”(2025), “Who shapes carbon neutrality?”(2025) 등이 있고, 저서로는 『정책이론 핸드북』(2018), 『쉽게 쓴 정책학』(2018), 『행정 낯설게 보기』(2020), 『에너지전환정책의 이론과 현실』(2023), 『한국사회 주요 행정문제와 정책』(2023) 등이 있다(inseok80@sungkyu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