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답을 얻는 일이 부쩍 쉬워졌다. 생성형 AI와 함께 자료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생각을 글과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는 시작하기 어려웠던 일도 여러 대안을 비교하며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배우고 일하는 방식을 넓혀 주고 있다. 동시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지금 무엇에 힘을 써야 하는지 묻게 한다.
잘 정리된 답을 얻었다고 해서 우리가 마주한 문제가 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완성도 높은 기획안도 정작 사람들의 불편을 놓칠 수 있고, 설득력 있는 설명도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할 수 있다. 답을 읽고 고르는 일에 앞서, 우리가 무엇을 문제로 보고 있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AI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알아보는 눈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저자는 기술과 비즈니스, 교육의 현장을 오가며 사람이 기술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져왔다. 생성형 AI의 발전을 살피고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여긴 것은 기술의 능력과 사람의 판단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AI가 제시한 내용을 어떤 근거로 받아들이는지, 그 안에 담긴 편향이나 사실과 다른 설명을 어떻게 살피는지, 활용한 결과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관심을 교육과 일상의 실천으로 연결하려는 고민을 담았다.
그 고민의 중심에 “인사이트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말하는 인사이트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거나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눈앞의 상황에서 중요한 단서를 알아보고, 그 단서들이 어떤 의미로 연결되는지 살피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게 하는 이해에 가깝다. 이를 위해서는 익숙한 장면을 주의 깊게 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며, 자신의 설명이 틀릴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가령 한 학습자가 과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 보자.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더 강하게 독려하는 방법부터 찾게 된다. 그러나 과제를 시작하는 데 무엇이 어려웠는지 묻는다면 다른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안내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필요한 도구를 사용할 여건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어느 설명이 맞는지는 실제로 확인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처음 떠오른 해석을 곧바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이렇게 우리가 확인할 내용과 선택할 행동을 바꾼다.
물론 태도만으로 충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 있어야 보이는 것이 늘어나고, 적절한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아야 생각을 구체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 다만 무엇을 배우고 어디에 적용할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났을 때 어떻게 생각을 고칠지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옳았음을 보여 주는 데만 마음을 쓰면 새로운 자료도 기존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하기 쉽다. 반대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근거에 따라 생각을 바꾸려 할 때, 지식과 기술은 배움을 깊게 하는 힘이 된다.
이러한 태도는 AI와 함께 일할 때에도 중요하다. AI는 우리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관점을 제안하고, 여러 대안을 탐색하며, 생각을 빠르게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되, 제안이 우리의 상황에 맞는지 살피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AI 시대의 인간을 기술 앞에서 점점 무기력해지는 존재로 그리고 싶지 않다. AI의 도움으로 더 넓게 탐색하고, 사람과 현장을 더 깊이 이해하며, 자신의 판단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 가능성을 실천으로 연결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관찰하고, 해석하며, 만들어 보고, 검증한 뒤 다시 관찰하는 과정을 다룬다. 현장에서 본 것을 기록하고,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을 세우고, 작은 시도로 확인하며, 결과에 따라 다음 질문을 바꾸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내놓기보다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피는 데 뜻이 있다. 예상과 다른 결과도 다음 판단을 위한 중요한 배움이 된다.
이 책은 모두 다섯 부로 구성했다. 제1부에서는 AI 시대에 질문과 인간의 판단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고, 통찰을 기르는 태도와 디자인 씽킹의 관점을 다룬다. 제2부에서는 사람의 행동과 맥락을 관찰하고,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며, 공감을 통해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제3부에서는 이렇게 얻은 이해를 구체적인 문제 질문으로 발전시키고, AI와 협업하며 질문을 넓히는 방법을 다룬다.
제4부에서는 질문을 아이디어와 작은 실험으로 옮긴다. 생각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고, 무엇을 확인할지 정한 뒤,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배우는 방법을 살펴본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비즈니스와 진로, 교육의 문제로 확장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 질문이 자신의 일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까지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지금 자신의 삶과 일에서 마음에 걸리는 문제 하나를 곁에 두었으면 한다. 고객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망설이는 이유일 수도 있다. 배우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어도 좋다. 책에서 소개하는 질문과 도구를 그 문제에 적용하면서, 무엇을 이미 알고 있고 무엇은 아직 짐작하고 있는지 구분해 보기를 바란다. 생각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분명해질 수 있다.
교육에 대한 나의 바람도 여기에 있다.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중요하다. 여기에 낯선 상황을 스스로 살피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물으며,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결과를 돌아보는 힘이 함께 자라야 한다. 배운 도구가 달라지고 익숙한 답이 더 이상 맞지 않더라도 다시 배움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남겨야 할 것은 그처럼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질문을 이어 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완성된 답을 제시하기보다, 저자가 품어 온 질문을 독자와 나누려는 시도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연구를 통해 배운 내용을 연결했지만, 독자마다 마주한 현실은 다를 것이다. 책의 설명을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살피고, 맞지 않는 부분에서는 다른 질문을 던져 주기를 바란다. 그러한 만남을 통해 이 책의 생각도 더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을 때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이전에는 지나쳤던 장면을 한 번 더 살피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자신의 생각을 확인할 작은 시도를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 일하는 방식과 배우는 경험, 사람을 대하는 선택을 조금씩 바꾸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AI가 답을 만드는 시대에 우리가 질문을 만드는 이유는, 변화 속에서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과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을 스스로 살피기 위해서다. 이 책이 그 질문을 시작하고 이어 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 11월
김현웅
<차례>
프롤로그: 답이 넘치는 시대에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
제1부 답의 시대가 아니라 질문의 시대
제1장. AI는 답을 만들고, 사람은 방향을 만든다
제2장. 문제를 푸는 사람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으로
제3장.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제4장. 디자인 씽킹, 더 나은 상태를 만드는 일
제2부 사람에게서 질문을 발견하는 법
제5장. 관찰: 말보다 행동과 맥락을 읽어라
제6장. 사실과 해석 사이에 거리를 두기
제7장. 공감은 동의가 아니라 이해를 위한 훈련이다
제8장. 반복되는 장면에서 통찰을 꺼내는 법
제9장. 페르소나는 고객의 초상화가 아니라 가설의 지도다
제3부 문제를 질문으로 설계하기
제10장. 좋은 문제 질문의 구조
제11장. 질문의 해상도를 높이는 여섯 가지 렌즈
제12장. AI와 함께 질문을 넓히는 법
제13장. AI의 답, 인간의 판단 기준
제14장. 질문은 혼자 만들지 않는다
제4부 질문을 아이디어와 실험으로 바꾸는 법
제15장. 아이디어는 번뜩임보다 질문의 결과다
제16장. 대안을 넓히는 질문 도구들
제17장. 프로토타입: 질문을 보여 주는 물건
제18장. 실험: 결과 전에 측정 기준을 세우는 일
제19장. 검증은 끝이 아니라 다음 관찰의 시작이다
제5부 질문으로 나의 일과 미래를 설계하는 법
제20장. 고객의 선택을 증거로 읽기
제21장. 사업 가정을 연결하고 투자 순서를 정하기
제22장. 작은 역할 실험으로 나를 이해하기
제23장. 시장과 런웨이를 보며 전환하기
제24장. 질문하는 사람이 만드는 교육의 미래
에필로그: 질문은 다음 행동을 향해 열려 있다
부록: 질문을 행동으로 바꾸는 열 가지 기록 도구
용어 해설: AI와 연구를 처음 만나는 독자를 위해
<저자 소개>
김현웅
국민대학교에서 비즈니스IT 분야 박사 학위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마케팅 전공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오라클에서 교육 사업을 맡아 AI와 클라우드, 데이터 분야의 교육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28년간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의 경험을 쌓았으며, 통신과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해 후지쿠라, 시만텍 등에서 신기술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다양한 학교와 기업, 기관에서 강연과 교육을 이어 왔으며, 금융연수원 전문위원, 대전 AX위원회 위원,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산학이사, (사)한국빅데이터학회 산학이사로 활동하며 기술과 교육, 산업 현장을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디자인 씽킹을 접목한 창업 교육을 기획하고, 글로벌 창업과 창업 기업의 성장 가속화를 위한 심사 및 멘토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고객의 문제 발견부터 비즈니스 모델 설계와 실험을 통한 검증까지 연결하며,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고 성장의 방향을 구체화하도록 돕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보이는 정부』의 인공지능 분야를 집필했으며, 오래전부터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심을 두고 그 발전 과정을 지켜봐 왔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응답에 내재된 미묘한 성차별에 대한 연구」를 출발점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의 학습 방식과 편향 형성, AI가 인간의 판단과 선택에 미치는 영향으로 연구 관심을 넓혀 왔다.
아울러 심리 상담과 진로 상담을 공부하며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실행할 수 있는 다음 걸음을 함께 찾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사이트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지향한다.